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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시
오늘 스트레스 받은 일

오늘 아침 먹으면서 민지와 얘기를 하고 있었다. 내일 애들 생일이라 스테이크 먹으러 간다는 얘기였는데, 사장이 끼어들더니, 그래서 돈은 누가 내느냐고 나한테 두 번이나 물었다. 그냥 부모님이 낸다고 말하고 말했는데, 기분은 안 좋았다.

 그만둔 언니들이나 찬모들이 한결같이 사장이 너무 못됐다고 나한테 얘기하고, 그만둘 때도 좋게 나간 사람 없이 다 사장이랑 싸우고  나갔는데, 오늘 일을 볼 때, 진짜 사장은 나쁜 사람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하고는 별로 상관 없는 일이다. 일시적으로 스트레스는 받았지만 택시 안에서 생각해 보니, 스트레스 받는 것 자체가 내가 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신경 안 쓰기로 했다.

 

 사장도 결국은 사람들한테 매일 안 좋은 소리만 듣고, 평생 그렇게 살라 그러라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착하게 살면, 좋은 말을 들을 확률이 높아진다. 내 경험상은, 나 같은 경우에는 사람들한테 좋은 말만 하고, 나쁜 말을 한 적이 거의 없다. 그랬더니 사람들도 나에게 좋은 말만 해 주더라. 물론 사장처럼 못돼처먹은 사람은 나를 더 만만하고 우습게 보고 제멋대로 행동하기도 하지만,

 

 내 생각에는 못된 사람들은 상대할 가치도 없는 것 같다. 세상엔 좋은 사람들이 찾아보면 꽤 있으니, 좋은 사람들끼리 좋은 얘기만 나누면서 살기에도 짧은 인생이다.

 

어쨌든 오늘 사장이 나보고 삼겹살 잘 못 썬다고 뭐라한 건, 사실이니까 별 불만 없고, 종이 동그랗게 안 했다고 뭐라한 건, 사장이 완벽주의자인가 보다 라고 생각하면 그만인 것 같다. 내 주변엔 완벽주의자들이 많아서 그들이 얼마나 평소에 자기 자신한테도 그리고 남한테도 피곤하게 신경을 괴롭히면서 사는지 잘 알고 있다.

 

난 완벽주의

와는 거리가 먼 사람인,  걸 스스로도 알고 있고 고치거나 완벽주의자가 될 생각은 전혀 없다. 난 모든 일을 적당적당히 하는 걸 좋아한다. 일단 신경을 예민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적당히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특히 나 같은 경우에는 우울증을 앓고 있으니, 일을 완벽하게 하는 것 보다는, 신경을 예민하지 않게 하도록, 마음을 다스리고 스트레스 요인을 줄이고, 되도록이면 매사에 신경을 쓰지 않도록 애써 노력하고 있다.

 

우울증을 앓고 나서 좋아진 점은 의식적인 노력 덕에 예전처럼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거나 자신을 괴롭히는 일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요즘은 항상 내 마음이 편하도록, 내가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신경이 예민해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사는 것이 일상이 되다 보니 당뇨병 환자들이 항상 운동하면 식이조절 하면서 건강에 주의하면서 사는 것처럼 나는 우울증 때문에 항상 내 마음이 조금 힘들거나 피곤하지 않나, 스트레스 받는 문제는 없나, 스트레스는 그 때 그 때 풀고 있나 체크하면서 노력하면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나와 그 동안 메일을 주고 받던 사람이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메일을 보냈다. 예전에 읽은 바로는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행동들은 자신을 말려달라는 구조 신호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하지만 나는 말리지 않았다. 그 동안 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이 사람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대충 짐작이 갔다. 왜 그러고 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더 이상 삶의 의미는 없어 보였다. 스스로도 이미 체념하면서 살고 있는 듯 하고, 삶의 의미나 재미나 기쁨은 한 톨도 찾아볼 수 없는 듯 했다.

 

사실은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다. 예전에 나와 카톡을 주고 받던 젊은 여성도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글을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긴 적이 있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얼마나 피폐하게 살고 있는지, 얼마나 죽음 앞에 벼랑끝까지 몰리고 살고 있는지,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나도 언제 저렇게 될지 모르니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도 많이 들고, 나에겐 그래도 아이들이 있으니, 아마 자살까지는 하지 않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아이들도 언젠가는 성인이 되어 내 곁을 떠날 테고, 나는 완전히 혼자 가 되는 날이 올 것이다. 그 때가 되어도 자살하지 않을 수 있는 원동력이 내 안에 남아 있을지 지금의 나로서는 전혀 알 수 없다.

 

메일을 주고 받던 사람이 메일을 지우지 않았거나, 경찰이 수사를 하게 된다면 나에게 연락이 올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만, 카톡을 주고 받은 여자 한테서도 어떠한 연락은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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