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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래니
비밀이지 않은 비밀들의 행렬
큰일났다.

나에게는 버릇이 있다.

책을 읽고나면 한동안 그 책의 문체를 따라하는 버릇이랄까.


어떻게 보면 내가 쓰고 싶은 글 성격의 책을 읽고 글을 쓰면 잘 써진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내가 쓰려 하는 글 성격과 반대의 책을 읽어버리면 글이 안써진다는 단점이 있다.


 


그걸 처음 알게 된 것은 중학교 3학년때였는데,


그날은 신경숙의 '외딴방'을 읽고 일기를 쓰고 있었다.


그 외딴방에서의 문체는


~하는 나. ~ 하는 너. 이런식으로 주어가 뒤로 오는 방식이었는데,


어느샌가 일기를 쓰다보니 ~하는 나. 이렇게 쓰고 있었다.


 


그래서 그때는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다.


원래 내 문체는 약간 물 흐르듯이 넘실넘실 흘러가는 문체다.


그래서 동호회 사람들 중에서는 같이 공포소설을 쓰는데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호러나 스릴러보다는 순문학이 어울린다고 적극 추천을 한다.


 


그런데...


오늘 보니, 어제 '죽음의 중지'라는 책을 다 읽었는데,


오늘 글을 쓰다 보니 그 책의 문체를 따라하고 있었다.


 


그 책에서의 특징은 대사를 따옴표 없이 쉼표와 마침표만으로 구분짓고


'죽음'이라는 무형의 개념을 의인화 하여 사람처럼 표현하고 있다.


 


 


내가 따라하는 부분은 바로 '무형'의 '의인화'랄까.


'탑'이라는 단편을 쓰고 있는데, 여기에서 그녀(주인공)이 기억을 잃게 되는 과정을


그녀를 묘사하며 그린것이 아니라


쓰고나서 보니 그녀의 일부인 '생각'이 사람처럼 일하고 행동하다가,


지쳐서 쉬게 되는것이 되어버렸다.


어떤 글일지는 일단 완성하고 나야 알듯..


이거 이번 글 열심히 쓰고 있는데 그부분이 도움이 될지 해가 될지 아직 모르겠다.


 


어쨌든, 나의 오랜 버릇을 다시 한번 깨달은 하루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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