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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리모컨을 꾹꾹 누르다 멈추면 익숙한 이들의 우스꽝스런 모양새와 더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깔깔대는 나. 누군가 이런 나를 리모컨을 꾹꾹 누르다 멈춰 주말 재방송 보듯 보고 있진 않을까.


펜팔 하던 시절과는 다른 설렘으로 우편함을 열어 손에 쥔 고지서. 나란히 늘어선 숫자들을 비워내기 위해 보낸 시간동안 내가 지워낸 것에는 어쩌면 나도 있을까.


물에 거침없이 주먹만한 돌덩이를 던져 넣거나 비 오는 날 웅덩이를 차박차박 밟으며 갹갹거리던 어느 날과, 잘게 일렁이는 강물에 달라붙은 석양의 반짝거림을 그리운 듯 바라보던 어느 날. 잦아든 건 물살 뿐일까. 사라진 건 소리 뿐일까.


'이뤄내는 것'에서 '꾸는 것'으로, 다시 '현실과는 반대인 것'으로 말하게 되기까지 내가 잘라내버린 꿈들은, 지금쯤 어디를 부유하고 있을까.





ㅡ 최백호의 '길 위에서' 를 듣다가.

철나라
2023-07-13 14:17:30

여기에 떠 돌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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