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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밝은 밤

                                                            전미화 그림책 옮김
아빠는 비틀거린다.
어제도 그랬다.

엄마가 한숨을 쉰다.
나는 달을 본다.

아빠는 밥 대신 술을 먹는다.
술은 아빠를 웃게 만든다.
아빠가 집에 있는 날이 계속됐다.

엄마는 늦게 들어와 잠만 잤다.

엄마 아빠가 싸우는 밤이면 나는 달을 본다.
달도 나를 본다.
이제 우리 가족은 함께 밥을 먹지 않는다.

엄마가 조용한 건 한숨 소리보다 무섭다.
그날도 달은 빛나는 얼굴로 나를 봤다.
엄마를 붙잡지 않았다.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엄마가 멀리 일하러 떠난 밤,
아빠는 멍청한 얼굴로 약속했다.
"다시는 술을 먹지 않겠어.
걱정 마.
엄마를 데리고 올거야!"

하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달 밝은 밤만 이어졌다.
나는 달과 친구가 됐다.

엄마는 매달 필요한 돈을 보내지만 너무 멀리 있다.
곧 데리러 오겠다는 엄마도
술을 끊겠다는 아빠도
더 이상 믿지 않는다.

나는 나를 믿을 것이다.
달과 함께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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