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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 까치 설날은

2023년 1월 22일 그린하우스 일기를 쓰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곱고 고운 댕기도 내가 들이고 새로 사 온 신발도 내가 신어요--- 어렸을 때 많이 들었던 설날 노래다. 아이들이 성장하여 이제는 아기자기한 것들이 사라지고 꼬까옷도 자취를 감추었는데 오늘 아침에 새아 새준이를 통하여 설날 기분을 느낀다. 새아가 입은 설빔(설날에 입는 옷)이 날아갈 듯 예쁘고 아름답다. 새아는 다섯살이라고 세배를 하는데 새준이는 세상에 아직도 어려 가까이 하기에 어렵다. 그래도 돈을 아는지 손을 벌리고 다가온다. 그 때뿐이다.

교회에서 만들어준 설날 가정 예배순서지를 가지고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가정예배(느헤미야 8:6-10)를 드리고, 고향 교회에 출석하여 주일 예배를 드리고,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님 산소를 찾아 마음의 기도를 드리고 왔다. 어느새 나도 시간속에 부모님의 뒤를 따르고 있다. 그 분들이 그리워진다. 옛날 그 시절을 생각하며 동네 한바퀴, 들녘, 초등학교를 둘러보았다. 많이 변했다. 사람도 환경도 내가 설 자리가 없다. 다시 서울로 발길을 돌린다.

설날 명절은 먹고 노는 날이다. 아침 먹고 조금 있으면 떡과 과일이 나오고 그러다 보면 점심 때가 다가온다. 군것질을 하여서 그런지 배가 더부룩하다. 다시 점심을 먹고 가족간의 대화를 나누다 보면 또 간식 거리 모듬전과 과일들이 등장한다. 배는 부른데 먹을 것이 앞에 놓이면 그냥 손이 가고 입이 움직인다. 저녁이 되면 다시 밥이 차려지고 밥 먹으라고 우리를 한데 모은다. 설날은 그래서 살이 찌는 시간이다.

고향에 내려올 때도 5시간 소요되었는데 올라가는 귀경길도 5시간 걸린다. 기다리기로 하였다. 밤 9시 마침내 기다리던 시간의 꼭지점, 3시간이면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 형님께 인사를 드리고 형수님이 챙겨준 떡국, 곳감, 모듬전, 식혜 등을 가지고 출발을 하였다. 클래식 음악과 팝송을 들으며 즐거운 마음으로 귀경길에 오른다. 무사히 3시간만에 서울에 도착하였다. 1박 2일의 여행을 마무리한다.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 극복해야 할 노예의식 '비루함'을 이반 투르게네프의 무무를 통하여 알 수 있었다. 비루함이란 슬픔 때문에 자기에 대해 정당한 것 이하로 느끼는 것이다.

"마침내 게라심은 몸을 쭉 펴고는 어떤 병적인 분노의 표정을 지은 채 자기가 가져온 벽돌을 노끈으로 서둘러 묶고는, 올가미를 만들어서 무무의 목에 걸고 무무를 물 위로 들어 올렸다. 그는 마지막으로 무무를 바라보았다. (......) 무무는 무서워하지 않고 신뢰의 눈빛으로 게라심을 바라보며 작은 꼬리를 살짝 흔들었다. 게라심은 얼굴을 돌리고 나서 실눈을 뜨고는 두 손을 폈다. 게라심은 물에 떨어지면서 무무가 낸 날카로운 비명 소리도, '철썩' 하고 튀어 오른 둔탁한 물소리도, 다른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 그에게는 가장 소란스러웠던 하루가 아무 소리도 없이 조용하게 지나간 것이다. 마치 고요한 어떤 밤이 우리에게는 전혀 고요하지 않을 수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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