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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절정에 있었던 순간을 꿈꾸는 것이 동경이다

2023년 3월 10일 그린하우스 일기를 쓰다.

아침에 알람벨 소리가 울리기 전에 눈을 떴다. 잘 잔건지 눈을 뜨자마자 목도 아프고 콧물이 그렁그렁 어찌할바를 모르겠다. 감기는 시간이 지나면 낫는다고 하길레 그냥 버티려다가 지어온 약이니까 그래도 먹었는데 별 차도가 없다. 시간이 지나면 조금 나아지리라 믿었던 나의 희망 사항이 더 더욱 나를 힘들게 만든다. 기침을 하면 가래가 나오고 콧물은 줄줄 흐른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견딜만한 고난을 주신다고 하셨는데 나를 시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물어보고 싶다. 나는 지나간 시간을 후회한다. 미리 예방하지 못해 떨어진 결과에 대하여 후회하고 나를 자책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공감을 하게 된다. 내일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기로 하였는데 걱정이 된다. 내가 기획한 것이라서 빠질 수가 없으니...... 콧물이 멈추기를 기도할 수밖에 없다.

어제 정리 하려다가 머리가 아파 그냥 지나쳤던 카롤로스 푸엔티스의 "아우라"를 정리한다. 동경이라는 주제를 통하여 한때의 기쁨을 영속시키려는 서글픈 시도를 스피노자는 에티카에서 동경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동경이란 어떤 사물을 소유하려는 욕망 또는 충동이다. (......) 우리가 자신을 어떤 종류의 기쁨으로 자극하는 사물을 회상할 때 그것으로 인하여 우리는 같은 기쁨을 가지고 그것이 지금 눈앞에 있는 것처럼 생각하도록 노력한다. 그러나 이 노력은 그 사물이 있다는 것을 배제하는 사물의 이미지에 의하여 곧 방해 받는다.

'가장 절정에 있었던 순간' 을 꿈꾸는 것이 동경이다. 그렇지만 동경의 이면에는 이미 자신이 전성기를 지났다는 씁쓸한 지각이 깔려 있다. 이처럼 과거의 절정에 사로잡혀 현재의 삶에 충실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자신의 삶에 대한 모독이다.

"네 곁에 기댄 얼굴에 입술을 갖다 대고, 다시 한 번 아우라의 긴 머리카락을 애무할 거야. 그녀의 날카로운 불평은 아랑곳하지 않고 연약한 여인의 어깨를 매몰차게 잡을 거야. 그녀가 걸친 비단 가운을 잡아채고 그녀를 안아. 네 품속에서 작고 벌거벗은, 힘없이 스러질 것 같은 그녀를 느껴. 그녀의 신음 섞인 저항과 무기력한 울음도 무시하고 아무런 생각도 경황도 없이 그녀의 얼굴에 입을 맞출거야. 그녀의 처진 젖가슴을 만지는데 한 줄기 빛이 아스라이 들어오자, 너는 깜짝 놀라 그만 얼굴을 떼고는 달빛이 새어드는 벽의 틈을 찾아, 아우라의 백발과 창백하고 메말라 양파 껍질처럼 푸석푸석하고 삶은 살구마냥 주름진 얼굴을 비춰. 이제까지 키스해 온 살집 없는 입술과 네 앞에 드러난 치아 없는 잇몸에서 너는 입술을 땔거야. 달빛에 비친 늙은 콘수엘로 부인의 흐느적거리고, 주름지고, 작고, 오래된 나체를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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