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기면 또 만들면 되죠 이게 세상사 입니다 :
13 일째
동화의 나라
박정숙 밤새도록 눈이 내리는 도회지의 빌딩 밑에서삐걱삐걱 기계소리를 들으며나는 안델센의 동화책을 펼칩니다.각박한 삶을 위하여잠시 잊고 있던 순수의 대문 앞에서나는 내 몸에 묻은 먼지와내 마음에 묻은 기름기를 떨어냅니다.한 장의 문을 넘어저토록 고운 눈이 송송 내리는데깊은 동화의 나라에는 순수한 어린이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성냥팔이 소녀도 보이고인어공주의 얼굴도 보이고송아지, 말, 염소, 강아지 따위들이마음을 풀어 놓고 뛰어다니는 것도 보입니다.나는 갑자기 그들과 어울리고 싶어져서눈 속으로 신나게 뛰어들지만그들은 순식간에 멀리멀리 달아나고 맙니다.아마 내가 너무 무서웠던지내 몰골이 너무 추했던 모양입니다.나는 그들이 사라진 언덕에 서서가슴이 하나 둘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습니다.눈시울이 자꾸만 시큼거리며기계소리가 삐걱거리고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각박함이분명히 내 얼굴에 덕지덕지 묻어 있었습니다.잃었던 동화의 나라로천진무구한 어린이들의 세계로결국 내가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에는안델센은 나를 대문 밖으로 밀어 내고는철컥 소리를 내며 동화책에 자물통을 채웠습니다.잃어버린 내 어린 시절이저 눈알 속에서 하나하나 내려 쌓이고나는 그 순수의 눈을 바라보면서목을 축 늘어뜨린 채마치 유형을 떠나는 죄인과도 같은 심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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