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기면 또 만들면 되죠 이게 세상사 입니다 :
14 일째
아침에 시를 읽자
용담꽃- 복효근---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내가 꽃피는 일이 당신을 사랑해서가 아니라면 꽃은 피어 무엇하리 당신이 기쁨에 넘쳐 온누리 햇살에 둘리어 있을 때 나는 꽃피어 또 무엇하리 또한 내 그대를 사랑한다 함은 당신의 가슴 한복판에 찬란히 꽃피는 일이 아니라 눈두덩 찍어 내며 그대 주저앉는 가을 산자락 후미진 곳에서 그저 수줍은 듯 잠시 그대 눈망울에 머무는 일 그렇게 나는 그대 슬픔의 산높이에서 핀다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이렇게 서러운 날에는- 채성병이렇게 서러운 날에는 눈이라도 밟아보자 산등성이 눈이라도 밟아보자 흐르는 날들이여, 흐르는 날들이여 이렇게 눈, 눈이라도 내리는 날에는 질척거리는 마을을 벗어나 높은 산봉우리 눈이라도 밟아보자 세월은 쌓여 강을 이루는데 마음은 골짜기 개울에도 미치지 못하는구나 이렇게 눈, 눈이라도 펑펑 내리는 날에는 깨어난 서러움 내닫는 길 눈이라도 밟아보자 소나무숲 울창한 오솔길 눈이라도 밟아보자 내 서러움의 상처는 내 안에서 아물지만 소나무숲의 상처는 또한 소나무숲에서 아문다 이렇게 눈, 눈이라도 펑펑 내리는 날에는 온갖 새들 날아들고 바람소리, 바람소리 가득한 길 소나무숲 울창한 오솔길 눈이라도 밟아보자 이렇게 서러운 날에는 하찮게도 한 천년의 마지막이라던 한 생애 다시 보지 못할 큰 달이 뜬다던 이제껏 봐왔던 강산이 한 번 변한다던 어느 겨울 밤 별러 교외의 눈을 밟으러 갔더니 소나무 숲길이며 오솔길이며 바람소리 가득한 길 위에서 눈 밟는 소리는 어찌 서러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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