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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를 골라 읽어야 좋은 시를 쓸 수 있다

- 안도현 - 시를 잘 쓰기 위해서는 무엇을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것인가? 이것은 문학지망생들이 많이 하는 질문이다. 모든 글쓰기에 있어서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라는 가르침은 백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말이다. 여기서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은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하고, 그것은 곧 쓰기에 있어서 준비 단계이며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허나 잘못된 독서로 인한 병폐에 대하여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다. 아무리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도 올바른 지침이 될 수 없는 책을 오랫동안 보게 되면 관습적 인식에 물들어 잘못된 글쓰기의 길로 빠져들게 된다. 와이즈북에서 연재하고 있는 여러 문학 지망생들의 시를 보면서 잘못된 독서가 시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았나 염려가 된다. 우선 많이 읽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자. 좋은 시를 접하지 않고서 어찌 좋은 시를 선별할 수 있으며, 좋은 시를 쓸 수 있겠는가? 시인은 신이 아니며, 천재도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이제까지 읽은 시를 버리고, 좀더 다양한 시의 세계를 접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시뿐만 아니라 독서에서 편식하는 습관을 버리고 동서양의 고전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양서를 섭렵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많이 쓴다는 게 무조건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다. 일정한 시간을 정해 놓고 꾸준히 쓰는 연습부터 시작해야 한다. 자신의 감성만을 믿고 무작정 쓰는 습관보다는 다양한 방식으로 시를 써 보는 것이 자신의 스타일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시인이란 자신의 울타리에 갇히지 않고 늘 울타리를 뛰어넘는 꿈을 꾸는 자가 아니겠는가. 그리고 많이 생각하라는 것은 단순히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라는 뜻이라기보다 집필 과정에서 사색의 깊이를 강조하는 말이다. 현재 자신이 쓰고 있는 그 문장에 대해서, 그 시어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보라. 시어뿐 아니라 시에서는 행과 연이라는 구조가 있다. 행과 행 사이, 연과 연 사이에도 하나의 시어를 담듯이 고투의 흔적이 보여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자신만의 옷을 입으라는 것이다. 한때 유행하는 옷은 한 계절도 못 버티고 싫증이 나고 만다. 시도 마찬가지다. 시인의 독창성이 결여된 시는 금세 흥미를 잃게 되며, 가슴속까지 파고드는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 없다. 다시 찾고 기억될 수 있는 시가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자신이 가진 재주와 옷감을 가지고 시대가 바뀌고, 사람이 바뀌더라도 오랫동안 입을 수 있는 옷을 지어야 할 것이다. 어떤 습작의 경우, 대부분의 시는 자문자답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자신이 던진 질문에 자신이 대답하고 결론 내리는 것은 생각의 여유를 빼앗는 것이며 오만과 착각을 일으킬 수 있다. 그리고 시란 고백이 아니라 묘사의 산물이라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시를 쓰는 사람이 묘사의 중요성을 모른다면 마치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데생이 미술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모르는 것과 같다. 묘사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그만큼 사물을 세밀히 관찰하는 데 게으르다는 것이다. 어떠한 대상이든 그것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세밀한 관찰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또 슬픔이나 절망적인 심정을 과도하게 드러내는 것도 경계를 해야 할 일이다.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는 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패기가 엿보이는 시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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