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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꿈은 사라지고.....


  
내 또래가 유난히 많았던 동네.
그 시절에,
나주 읍까지 학교에 다닌 사람은 딱 세명뿐...


배움은,
사치였고, 목구멍에 풀칠하기도 어렵던 시절이라....
다니지 않은 애들의 질시 같은것을 받았었고, 좀은 죄지은
기분였지.
결코 잘난 것은 하나도 없었으니....
-니들은,
부모 잘 만나서 학교에 다녀 참 좋겠다.
하는 비아냥 거림을 귓가로 들었던것도 같다.


교육열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유난히 가난한 동네라 그랬을까?
겨우 초등학교만 졸업시키고, 일을 시켰다.
공부보담은,
보리한톨이라도 더 심은 것이 나을거란 사고.
하긴,
그게 당장은 더 보탬이 되었겠지.


그건,
어느 특정한 집만의 문제가 아니라 분위기였던거 같다.
저 집이 그러니까....


<석>과 <진>이 그리고 나.
그런 인연으로 우린 친하게 지냈었지.
셋은 개성도 각각 달랐다.
-복싱 선수를 꿈꾸던 진.
-장래 아나운서가 꿈이었던 석.
-법조계로 진출하고 싶던 나...
거창한 꿈들...


우리 앞에서 멋진 폼으로 복싱이란 것을 보여준 진.
사나이 다운 그런 멋이 있었다.
-푸르~~른, 달빛이 파도에 부서지면~~~~
저음으로 노랠 부르면 우린 멍하니 쳐다봤다.
영낙없는 남일해였다.
목소리나, 폼이나.......
하란 공부는 않고, 그런 운동만 한다고 자기 아버지로 부터
매도 맞았던 진..
늘 우리앞에서 감미로운 목소리로 아나운서 흉내를 내던 석이.
-12시 낮 뉴스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 석인 저런 외모로 어떻게 어나운서가 되나?
어쩜 저렇게 자신을 모를까......
어나운서가 목소리만 좋다가 다 된다더냐...??>
그가 아나운서가 된단 꿈은 어쩜 희망사항 으로 끝날거야..
그의 외모가 바쳐주지 못해 어나운서가 된단 건 힘들어 보였지.


우리 셋은,
지역적으로 엉뚱하게 멀리 떨어져 살고 있다.
진과 석은,
바다가 가까운 해안도시에서 평범한 셀러리멘으로 있었다.
복싱선수를 꿈 꾼 진인,
한전의 전기 수리공으로 취직하고 전기기사로 일하고 있다.
석은,
중소기업체의 셀러리맨으로 있다가 퇴직한지 한참되었다.
한때의 꿈,
그 아름답고, 손에 잡힐듯이 가깝게 보였던 꿈들.
다 날라가 버린 것들이지만.............
우린 행복했다.
꿈은, 마치 우릴 위해 존재하는 양......


고향엘 가도 만나지 못하고,
가족으로 부터 소식만 듣고 오지만.....
가난해도, 그런 꿈을 꿀수 있었던 사춘기의 우리들.
행복한 시절이어라...
꿈은 사라졌지만..............
그 꿈은 항상 푸르렀으니까.......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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