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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기면 또 만들면 되죠 이게 세상사 입니다 : 14 일째

노숙자


  
까치산 정상엔,
새로 지은 정자가 하나 있다.
전임 구청장 시절에,
선거 막바지에 지어진걸 보면 다분히 표를 의식해서
지은거란 의심을 떨쳐 버릴수 없다,

생뚱하게도,
선거가 닥쳐 오면 멀쩡한 보도블럭을 뜯어내고
새로 교체하는걸 보게 된다.
너무도 속이 훤히 들어다 보이는 선심행정.

여름엔,
누군가 밤에 그 정자에서 술을 먹고,
술병과 휴지가 어지럽게 널려 있는것을 보게 된다.
허지만,
요즘 같은 쌀쌀한 날씨엔 누가 와서 있겠는가?

오늘 아침도 ,
상당히 쌀쌀한 날씨였다.
낡은 솜 이불을 얼굴까지 덮어 쓰고 잠을 자고 있는
60 대정로 보이는 어떤 노인.
노숙자였다.
-저러다 추위에 떨다 죽어버림 어떻게 할려고 저런데서 잘까?
-오죽했음 저런 한데서 자겠어요?
참 늙어서 저러지 말아야 할텐데..츳츳츳.....
등산객들이 수군댄다.

여름엔,
자주 봤다.
여름엔 모기가 극성을 부려 그렇지....
노숙하긴 견딜만 하겠지.
헌데 요즘은 어떻게 견딘담?

웅성거리든 말든,
그 노숙잔 마치 그 정자가 자신의 안방인듯
편안히 잠을 잔다.

지금의 처진 저렇게 초라해도 젊어선 웅대한 꿈도 꾸고
한때는 잘 나갔을지도 모른다.
저 사람의 이력을 어떻게 알겠는가만, 저런 여생을
보낼거란 생각은 상상도 하지 않았겠지.

겨울엔,
지하철역 부근에 노숙자들이 잠자리를 얻기 위해 줄지어
온단 것을 들었다.
잠만은 조금이나마 아늑하고 편한곳을 선점하기위한
작은 반란도 있다는 것.

-머잖아 국민소득 2 만불 시대.
-풍요로운 복지국가 건설.
허지만, 현실이 어디 그런가...

겨우 겨우 생계를 유지하고 해가 지면 잠 자리를 걱정해야
하는 노숙자의 삶.
그들에겐, 강남의 부동산 투기근절이란 말이 어떤 의미로
들릴까?

최소한 먹고 잠을 자는 문제만은,
걱정을 하지 않는 그런 사회.
왜 노숙자가 여기 저기 한데서 잠을 자는 현상이
발생해야 하는 건가?
<행려 사망자>가 겨울에 부쩍 느는 것도 다 이런 복지사회
건설이 이뤄지지 못한 탓...
오늘 밤도,
이런 추운 날에, 그런 한데서 잠을 청해야 하는 기막힌
그들의 운명.
그들을 생각해야 한다.
그들은, 남이 아닌 바로 우리의 이웃이고 형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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