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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기면 또 만들면 되죠 이게 세상사 입니다 : 13 일째

승연이네 집


  
금화시민 아파트 98 동
지금은 헐려 조경사업을 펼쳐 본래의 산으로 모습
으로 되돌려 놨다.
가끔 버슬 타고 거길 지날때면 쳐다보게 된다.
독립문쪽에서 봐도 한참 높은 위치에 있다.
-저 높은 곳을 어떻게 오르내리고 살았을까?
저 산자락에 아파트 라니.....

그래도,
그 시절은 한번도 오르고 내리는데 힘들단 생각을
해 보질 못했다
원래가 걷는데 자신이 있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문을 열면 인왕산 자락이 보이고, 무악재를 힘겹게 오르고
내린 가파른 고개가 한눈에 들어온다.
-저 고개가 옛날엔 혼자서 무서워 넘지 못한고개라우..
호랑이가 나오던 고개라니..
인왕산 호랑이란 것이 저 고개란 것인지...
서울 토박이인 이집 주인 할머니가 서울 애길 자주 해 주었다.
그런 산골짜기가 서울의 중심이라니...

-냉천동이 예전에 물이 흘렀던 곳이고 거기서 빨래를
했었고, 지금의 학교자리가 빨래하던 자리란것..
-수표교 다리밑으로 고길 잡으러 다녔었단 애기며..
서울의 역사를 들려주는 애기가 듣기 좋았다.
그 할머니도 상전백해로 변한 서울이 엊그제 같았으리라..

방 두칸중 한칸을 세를 줬으니 얼마나 갑갑했을까?
할머니, 어머니, 아들 셋에 딸 하나..
여섯 식구가 그 비좁은 방에서 살았으니..
잠도 칼잠을 잣을거다.
외려 그 집이 세든 나의 덕을 봤었다.
자주 내 방을 이용했으니.....

-왜 난, 그런 비좁은 방에서 세 살기를 좋아했을까?
편했다.
나만의 공간과 잠을 잘수 있는 충분한 공간
그건 결코 비 좁지 않았기 때문..

그 주인아주머닌, 과수댁.
일찍 남편잃고서 어렵게 살고 있었다.
그래도 그 나이의 시절에 명문풍문여고를 나왔단 것은
상당한 수준의 교육을 받은 편에 속했지.
교복입고 찍은 학창시절사진을 보여줬다.
-나도 한때 꿈많은 소녀였는데..호호호...
-훤출하게 잘 생긴 장남과 말썽 꾸러기 두째,
고등학생인 세째와 막네 딸 승연이....
중학교만 나오고 공장에서 돈을 버는 두째의 수입으로 근근히
생활하고 있었고, 주인아주머닌 인근 시장에서 노점상을 했던가
그랬을거다.

뿔뿔히 헤어져 있다가 온식구가 만난 밤 10 시이후..
완전히 돗대기 시장.
그 소란이 12 시가 넘어야 조용해졌다.
그런 환경에서도 아무말 않고 살아준 내가 한편 미안하고
고맙기도 한 모양..
-이휴~~!!
서방님 미안해서 어쩌주...
원채 애들이 유난스러워서...
늘 예의가 깍듯한 할머니가 그랬었다.
-전 괜찮아요,그러고 심심하지 않아 좋아요..

비번날이면 어떤땐 혼자 집에서 책을 보고 있을때가
많았었다.
낮이면 모두 나가 집은 할머니와 단둘이 달랑남아서 대화를
나누곤 했다.
고요할 정도의 정적이 찾아온 집.
그때 할머니는,
고단한 자기의 인생역사를 내게 들려준다.
아들없이 딸만 둘을 뒀는데 두 딸이 공교롭게도 과부인 신세
라니....
두째 딸은 사별이 아닌 이혼으로 인한 혼자의 몸.
그 기구한 운명을 받아들인단 것이 어려웠던가
보다....
-오죽했음 내가 여기 빌 붙어 살겠어요?
아들이 없으니 이런 팔자지 뭐...

가끔 시장에 갔다가 특이한 것을 사다드리면 손사레쳐
되려 미안할때가 있었다.
허지만,
둘이 있을때 그 할머니는 친구처럼 가까운 사이였다.
어떤땐 친 할머니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그 딸이 승연이다.
이 승연..
그때가 중1 였으니 지금은 가정을 꾸미고 살고 았을거고..
그 할머닌 돌아가셨단 소식을 다른 사람을 통해 들었다.
지금 어디서 살고 있을까?
그 승연네 가족들.
한번은 만나고 싶어진다.
비가 오니, 그런 시절도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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