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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귀향 둘째날( 12월 10일)

어제 운전으로 피곤했나보다

평소 6시면 기상했는데 7시가 넘어서야 일어났다.

가벼운 추리닝 차림으로 나섰다.

마치 봄날같이 포근한 아침 기온.

어릴적 늘 저수지에서 생활하곤했지.

그렇게도 넓어 보였던 저수지가 별로 넓은거같질않다.

어려서 보는 눈하곤 다르겠지.

 

제방엔 키 넘게 자란 풀을 깍지 않아 마치 페허된 저수지에 온거 같다

전 같으면 누가 말하지 않아도 풀을 베어 거름으로 썼건만 이젠 누가 이걸

깎지도 않고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게 을씨년 스럽게까지 보인다.

수면은 예전과 같이 맑고 깨끗해 보인다

몇몇 마리의 오리가 한가롭게 노니는 모습도 예전과 같다.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없네...

고려가 망하고 나서 고려의 수도를 들렀더니 감회기 깊어 시로 한수 읊었다는 시인.

그런 심정이리라,

내 노라 하던 신하들도 다 사라지고 새로운 인물로 출렁대는 조선.

그렇게 목청을 높이던 충신들은 다 어디로 갔더란 말인가?

 

여름에 소나기가 내리고 조절수위를 넘어 번쩍이는 비늘을 자랑함서 내려오던 붕어들

그 밑에서 그걸 잡느라 아우성 치던 예전의 추억들.

지금도 그런 정경을 볼수 있을까?

아마도 지금은 그렇게 많은 물고기가 사라졌을거다.

 

모처럼 귀향이라 나주 상윤형님댁에 들렸지만 광주로 치료 받으러 가셨단 애기

형수님만 잠간 뵙고 올수 밖에 없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형수는 자원봉사활동으로 보람을 찾고 있단다.

그 곱던 형수의 모습도 세월앞엔 어쩔수 없나보다

이마에 주름이 많은걸 보니 나이는 속일수 없나 보다.

 

50이 다 되도록 결혼조차 못하고 살고 있는 진태 때문에 기룡에서 살고 있는 세째 이모

훤출한 외모에 어느것 하나 흠 잡을데 없는 놈이 가출한 뒤에 연상의 유부녀와 사랑에

빠지면서 기구한 운명에 허덕이는 진태

그 아들때문에 노년이 불우한 세째 이모님.

-이모님 연세가 올해 얼마죠?

-86이다만 더 살면 뭐 하겟냐..

-그래도 엄니보다 더 살려면 3년은 더 살아야 돼.

건강하게만 사세요.

-건강치 못해서 탈이지.

 

남산의 사촌형님 댁에도 들렸다.

거의 매일을 과수원에 묻혀 살다시피한 형님

이젠 이 형님도 7순이 훨씬 넘어서 여생이 얼마나 될지 모른다.

그래도 마지막 고향을 지키는 형님이 조금은 존경스럽다.

다들 타향으로 떠났건만 형님만은 그 집에서 늘 대소사의 일을 도맡아 처리해 주어

늘 고맙게 생각하곤 하지.

제대후에,

취직도 못하고 무위도식하는 한심한 나날을 보낼때 어딘가로 취직이라도 시켜주려고

부단히 노력했던 형님이다.

아직도 그 공은 갚지 못하고 있으니 한심하다.

이 형님마져 돌아가신 다면 과연 고향에 와서 누굴 친척이라고 찾을까..

잘 해 드려야 겠다.

나주로 기룡으로, 그리고 남산으로 바쁘게 돌아다녔다.

그래서 차가 필요한지 모르지

그 나마 찾아가 얼굴이라도 뵙고 보니 맘은 놓인다.

이런게 사는 도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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