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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끊기면 또 만들면 되죠 이게 세상사 입니다 : 14 일째

완치가 되지않은 병

어젠,

ㅎ 의 뜬금없이 전화받고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엘 갔다.

서남부 서울의 온갖쓰레기는 몽땅 모아 쓰레기가 산처럼 높았던 그곳.

그곳에 이런 월드컵 경기장과 주변의 친환경적인 공원이 들어설줄이야

그 누가 상상이나 했으랴...

상전벽해란 말 이런걸 두고 한말인가 보다.

 

단단한 근육질에 운동으로 단련된 건강체의 ㅎ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불청객 병마.

<루게릭병>의 일종이란다.

원인도 마땅한 치료약도 개발되지 않은 병으로 인구 10만명당 1- 2명꼴로 발생한단 병.

그걸 ㅎ 가 덜컹 걸리고 말았다.

-첨엔,

너무 역기를 무리하게 들어서 그런줄 알았지.

왠지 어깨가 뻐근하고 올라가질 않으면서 통증이 오더라고...

그래서 갔었지.

 

-왼손은 완전 흐느적거려 앙상한 뼈에다 옷을 걸친듯한 형상이고..

오른손은 정상이나 스틱을 짚어야만 보행이 가능한 이 병.

얼굴조차 반듯하게 못 들고 자꾸만 밑으로 쳐지는 증상.

-아니, 얼굴을 똑 바로 못 들어?

왜 밑으로만 쳐다보는거야...

-첨엔,

똑 바로 들었는데 힘이  없어 자연히 밑으로 쳐지곤해.

힘이 없으니까....

이게 사는건지 몰라.

 

경기장내 식당에서 돌솥 비빕밥을 시켰지만...

그는 채 반도 못먹고 남긴다.

더 이상 못 먹는단다.

 

맘 같아선 경기장 주변을 한번 일주함서 거닐고 싶었지만 그럴수 없었다.

그에겐 보행은 고통이라..

가을의 양광이 너무도 눈 부셔 평일인데도 많은 인파가 나들이 나섰는가 보다.

경기장을 나와서 주변의 테마 공원.

상당히 너른 호수와 저편의 군락을 이룬 갈대숲이 장관이다.

가을의 정취를 여실히 느끼게 해 준 풍경이 멋있다.

호수 주변을 따라 즐비한 벤치.

연인끼리, 가족끼리 나들이 와서 삼삼오오 점심먹는 모습이 소풍나온거 같이 평화로워 보인다.

주변의 나뭇잎들은 갈객으로 물들어 가을의 모습이고 어떤것은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도 장관.

벤취아래  수북히 쌓인 낙엽들.

맞은편 정상의 하늘공원의 풍력 발전소의 바람개비가 흡사 가을의 고추 잠자리처럼 작아 보인다.

-저 발전소의 전력으로 여기 월드컵 공원의 전기를 다 사용하고도 남는다고 하던데..

-그래?

놀라운 일이야.

난 그냥 멋으로 만든줄 알았는데....

 

 

가을이 무르익은 월드컵 공원.

가을속으로 맘껏 거닐고 싶은 충동을 참아야 했다.

단단한 몸매와 내일에의 꿈으로 늘 뒤 주머니에 책을 넣고 다녔던 ㅎ

그 단단한 몸매와 준수한 모습은 다 어디로 갔을까?

초라하고 병색 짙은모습의 오늘.

나도 모르게 울컥 치미는 어떤 비애가 듬을 어쩔수없었다.

 

치유의 길이 안보인단 이 병.

그리고 마땅한 치료약도 발명되지 않았다는 이병.

-차라리 암이었음 더 좋겠어.

그래도 그건 완치라는 꿈이라도 있잖아?이건 아니거든...

자조섞인 그의 넋두리.

이해가 간다.

꿈이 없다면............

어떤 희망의 끈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래도 존재해야 하는건가?

내일의 삶을 보장할수 없는 불안과 초조.

그 아픔이 어떠하리란 것을 왜 모를까.

 

활달하고 건강미 넘치던 모습은 어디로 가고...

촛점잃은 시선으로 음성마져 흐릿한 목소리.

나이 보다 훨씬 더 늙어보인것은 육체적인 아픔보다도 심적인

고통이 더 큰 탓이리라...

 

병든 몸과 고독.

그래서 퇴직후에 열정껏 운영하던 독서실도 넘기겠단다

아픈 마당에 <돈>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

하루 하루가 고독과 처절한 아픔뿐.....

어떤 거대한 벽이 처있는듯한 고요한 고독.

조금이나마 그런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나를 부름이라.

-그 짧은 시간이 얼마나 위안이 되었을까.

 

-여기까지 오라고 해서 미안해,

그래도 가끔은 놀러와.

누구하고 애기할 상대조차 없어.

-그래,

절대로 희망을 놓지 말고 운동도 열심히 해.

삶에는 늘 기적이 있는거야

좋은 신약도 발명이될거고 그 병도 정복이 될거야.

절대로 마음을 약하게 가져선 안돼, 알았지?

자주는 못와도 가끔은 놀러올께.

-고마워...

 

뒤뚱거리며 돌아서서 걷는 모습.

고개를 숙인건 울고 있는걸까?

어느 날, 운명처럼  찾아온 병마.

그 치유의 길이 보이지 않을때...

과연 초연해 질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초라한 그에게서 다시금 인생무상을 느낀다.

-그래, 인생이란 참으로 허무한거야..

자신의 운명도 알수 없는거고.............

가을앞에서, 이미 내 마음은 겨올보다 더 차디찬 마음이다.

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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