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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끊기면 또 만들면 되죠 이게 세상사 입니다 : 14 일째

친구야, 그립다.

천,

네가 그립고 보고싶구나.

어쩌면 그렇게 꼭꼭 숨어버렸니?

이젠, 보여줄만도 한데.............

 

영산강 구비 구비 흐르는 강변의 우리들의 자그마한 학교.

바로 뒤엔, 신령산이 우릴 굽어보고 있었고.......

앞엔 영산포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 학교.

기적소릴 울리며 서울가는 기차는 왠지모를 설렘을 안겨주곤 했던 시절.

 

점심시간이면 신령산에 오르던가, 영산강변에 앉아 청운을 꿈꾸던 우리.

늘 조용한 성격에 상냥하고 자상했던 너.

늘 나보담 의젓했고 어른다웠어.

공부도 잘했지만, 넌 필체가 명필였지.

나도  네 필체를 배워 그렇게 습관화 되어버렸지.

지금도 고쳐지질 않아..

당시엔,

펜글씨라서 글씨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었지.

한반에서 글씨 잘 쓰는 사람 손으로 꼽아 몇명되질 않았고....

 

잉크병을 넣고 다니면 가방까지 베어든 검은 잉크색.

여름엔 하얀 교복이 잉크로 물들어 곤혹을 치렀고....

친구들의 한결같은 모습였지.

지금처럼 베낭처럼 매고 다녔으면 얼마나 편했을까?

한손엔 무거운 가방과 한손엔 도시락이니 중노동였지.

팔은 늘 무겁고 짓눌렀지.

-왜 잉크병을 갖고 다녀야만 했는지?

학교에 두고 가면 편할텐데...........

 

월요일은 공민과목을 가르쳤던 나 종호 선생님.

1시간 절반은 영화애기였지.

학생불가 영화를 관람하다 붙잡은 애기며.......

기묘하게 위장하고 들어와도 학생은 귀신처럼 잡아 낸다는 애기.

학교마다 교체로 그렇게 규제를 했단다.

미성년자 영화본다고 극장까지 가서 잡아내다니,,

지금 생각하면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애기지.

단체 영화관람애기가 나오면 모두들 환호성을 질렀지.

그 선생님이 들어오면 우선 그게 궁금했다.

-선생님. 이번주는 영화 없나요?

-네들이 잘 하면 있고, 그렇잖음 없어.

대개 단체관람은 토요일에 갔었지

토요일이란 수업도 반나절 밖에 안한때라 부담이 없지.

지금처럼 피시도 없고 마땅한 문화공간도  없어 유일한 재미가 영화였지.

월요일에의 들뜬 마음은 한주내내 손꼽아 기다렸다.

 

-'두만강아 잘있어라', 에선 의분에 주먹을 불끈 지었고....

-'하늘 보고 땅을 보고',에선 얼마나 웃었던지 배터진줄 알았었지.

김 희갑, 구봉서명 콤비의 연기가 얼마나 배꼽을 잡았던지..

그 담부터 김희갑의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오게 했었다.

 

졸업후, 우린 헤어져야 했지.

네가 광주명문고를 거부하고 서울유학(?)을 간다고 했을때...

얼마나 가슴아프던지 뻥뚤린듯 하더라.

가까운 곳에 있음 가끔 재회라도 할텐데 ..........

 

서울로 간 넌,

가끔 편지로 우정을 이어갔지.

-남산에 올라 케이블타고 놀았단 애기와,덕수궁미술관을 관람했단 애기 등등.

너의 편지는 끝 없는 그리움을 안겨주었어.

 

한참후,

우린 재회했지.

마포구 대흥동에 살았고, 난 신앙촌에서 머물고 있을때....

오랜만에 만난 우리들의 점심, 생각나?

짜장면였어.

얼마나 맛있던지......

너의 만남의 즐거움 때문였을거야.

서울에 먼저 상경한 넌, 날 시골촌뚜기로 인정하고 여기저기 구경시켰어.

창경원이며, 종로며, 을지로며...

그리곤 마지막엔 영화를 봤었지.

대흥동에 있는 대흥극장,

<돌아온 장고>란 마카로니 웬스턴 영화였지.

그게 너와 함께 본 마지막 영화일거야.

 

자존심 강하고, 매사가 침착하고 자상한 너.

그래도 나 보담 가정형편이 좋아 서울에서 학교까지 다녔으니....

출세해서 당당하게 나타날줄 기대했어.

너의 자신찬 모습과 꿈을 애기했을때의  모습에서 그렇게 느꼈었어.

 

교도관 학교시절 교육생 시절에 마지막 본 너의 모습.

왠치 침울하고 말이 없었었어.

네 얼굴에서 우울의 그림자를 봤었어.

무슨 일이있느냐고 물었지만...........

고개만 흔들던 너의 모습.

그게 너의 마지막 모습이야 천아...

그때 무슨일이 있었기에.....

일부러 날 마지막 보러온거였어?

 

한때,

추억을 함께 만들었고, 청운의 꿈을 애기함서 우정을 새겼던 우리.

<다 모임><아이러브 스쿨>에도 수소문 했고......

장흥읍 동동리 14반에도 문의했지만...........

알수 없단 애기만 하더라.

 

세월이 흐르면 마음도 퇴색하느냐....

청운의 꿈마져 잊어져야 하느냐.....

영원까지 가자고 약속한 우정도 변해야 하느냐...

 

천아,

보고싶고 그립다.

만나서 영산강 물줄기 바라봄서 나눈 추억도 애기하자.

신령산 올라 멀리 통통배가 거슬러 올라오는 풍경도 애기하자.

영산포 새우젓 냄새가 교정까지 나던 그 시절도 애기하자.

네가 살아온 세월과 내가 살아온 세월도 애기함서 소주한잔하자 꾸나.

탱탱한 피부가 늘어져 주름져서 만나면 어떠냐...

검은 머리가 흰 머리로 되어 만나면 어떠냐....

현실이 어려워 만나면 어떠냐...

우리들 만남은 늘 푸르기만 할텐데........

 

친구야 그립다.

반갑게 포옹하는 날까지 기다리마..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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