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tory of Challenge
만년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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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서 점점 취향이 굳어지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유연성이 부족해 진다는 일반적 가설을 이유로 들기엔 좀 궁색한지도 모르겠다.
노인이 될수록 아이같은 호기심을 가지기엔 어렵겠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지 않을까.
어떻게 지내냐, 가게에 놀러오란 카톡을 받고
오랜만에 미용실에 들렀다.
때마침 마트에 간 언니를 기다리며
스태프 언니가 만들어준 커피를 들고
두리번 거리다 구석에 있는 아크릴
케이스를 발견했다.
무식한 나는 그게 또 햄스터인줄 알았다.
생각해보니 햄스터는 확실히 아닌데
눈으로 뻔히 보면서도 그게 뭔지
알 수가 없었다.
쥐, 그래... 아무리 봐도 쥐다.
색깔은 담갈색으로 암수 두 놈이
잠자듯 서로 엎어져 눈을 감고 있었다.
그 밑에서 꼬물거리는 건.....
마치 붉은색 고무로 만든 애들 장난감 같은 것들이 톱밥 속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어느새 언니가 들어와 삼일 전 새끼를 낳았다고 알려주었다.
물어보니 다섯 마리를 낳았다고 하는데 그것들이 징그럽진 않았다. 절대!
오히려 나는 걔네들의 엄마 아빠의 긴 꼬리가 더 징그러웠다.
영락없이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동물이었다.
어릴 때 종종 겪었던 그것과 관련된 안좋은 기억들이 있어
'쥐'라고 말하거나 쓰는 것도 사실
거북하다.
아,정말 싫다....
내뱉으며 고개를 돌리려 했지만 둘이서 톱밥 속에서 뒤엉키고 자빠지고 하는 모습이 또 눈을 뗄 수 없는지라 멍하니 중얼거리고 있는 꼴이 언니 딴엔 가소로웠는지도 모르겠다.
그것들의 이름은 사막 다람쥐이지 쥐가 아니라고 한다.
"응 그래, 그런데 모습은 영락없는 쥐잖아. 나는 세상에서 쥐가 제일 싫다고."
그랬더니 언니는 세상에 존재하는 생명체가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운데 로 운을 뗐다.
"참 이상하지. 자신이 싫다고 한두번 표현하는 건 괜찮은데 그걸 고이 기르고 있는 주인 앞에서 마치 못 기를 걸 기른다는 듯 오버하는 사람이 나는 더 싫더라."
듣고보니 맞는 말 같아 헛웃음만 나왔다.
아무 생각없이 나온 리액션에 슬그머니 화가 치밀었나보다 이해는 되면서도 그게 그렇게 발끈할 일이었나 싶었다.
카메라를 들이대며 어머, 이게 뭐야? 재미있다, 신기하다, 예쁘다 , 계속 보고 싶다고 할.....
나는 그런 캐릭터가 아니라고...
때 아니게 또 스스로를 자책함과 동시에 반성했다.
누군가의 눈에는 솔직한 반응으로 비치겠지만 또 다른 이의 눈에는 생각없는 철부지로 인식되는 것이다.
뭐, 다 그런 것 아니겠는가.
확실히 언니랑 나는 가끔 충돌하는 경향이 있다.
예전 같으면 그런 부류랑은 자연스레 멀어졌다.
연락을 자주 하거나 만나거나 서로 이것저것 챙겨주는 사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녀가 싫지는 않다.
도리어 인정하고 싶지 않은 자신의 단점을 하나 더 발견하게 되었다.
오래전부터 생각은 이미 늙수그레,
호호백발이었던 것 같다.
조금 더 세상의 사물과 사람에 대해 경탄해 보자,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가져 보자!
결코 마음과 뇌부터 늙지는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