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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유명한 토끼와 거북이 얘기가 이솝 우화였던가...
국민학교 시절 교과서에 나온 이야기지만 배우기도 전에 우리 반 애들 모두가 알 만큼 유명한 스토리였다.
토끼는 원래 빠른 동물,거북이는 원래 느린 동물.
당연히 둘이 경주하면 토끼가 이기는 게 상식이지.
이야기로부터 얻는 교훈은 자만하고 게으른 자는 결국 근면성실한 자에게 이기지 못한다 정도겠다.
그 이야기를 멋지게 뒤집은 작품이 내 기억으론 디즈니 만화영화에서일 것이다.
영리하고 빠른 토끼가 거북이랑 경주를 하고 원작처럼 토끼가 진다.
그런데 그 과정이 언빌리버블한 반전이 있다.
깜빡 잠이 들었다 정신이 번쩍 든 토끼가 죽을 힘을 다해 골인지점을 향해 가지만 이미 거북이는 결승점에 도착해 여유를 부린 지 오래였다.
그런데 거북이가 경주에 이긴 비결은 모두가 알고 있듯 꾸준한 부지런함이 아니었다.
자신과 똑같이 생긴 친구들, 친척들을 동원해 경주 시작전에 미리 모의해 둔 위치에서 대기하다 토끼가 지나가면 자연스레 달리는 연기를 해 토끼를 속였던 것이다.
만화 속에서 오히려 우둔했던 토끼는 교활한 속임수를 쓴 거북이에게 지고만다.
제 꾀에 제가 넘어간 토끼를 멍청하다거나 나쁘다고 할 수 있을까, 눈속임으로 상대를 기만한 거북이를 나쁘다고 할 수 있을까.
세상엔 토끼 타입의 인간도, 거북이 타입의 인간도 많다.
이 세상이 어디 오직 끈질김과 성실함만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구조던가.
교활한 거북이는 이미 그걸 알고 있었을 것이다.
처음부터 유리한 조건을 가진 토끼와 경주해 이기기 위해선 무슨 수든 써야 할 테니까.
둘 다 페어 플레이를 한 건 아니다.
자신과 처음부터 시작 조건이 다르다는 걸 알면서도 경주 내기를 걸었던 비열한 토끼나, 이기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음모를 꾸민 거북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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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수업도 며칠 남지 않았고 5일 후면 시험이다.
처음 만나 짝이 된 친구는 토끼같아 보였다.
그에 비해 나는 너무 느리고 답답한 거북이....
처음부터 시작 조건이 같았던 건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초조하기 짝이 없었다.
수업 시간에도 거침 없던 그 머리 좋아보이는 친구는 뭔가 잘 될 것 같았다.
선생님 질문에 제대로 대답도 못한 난 오기가 생겨 집에서 예습과 복습을 시작했다.
남들보다 뒤지면 남들보다 두배 세배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는 건 정석이다.
처음부터 주어진 조건이, 상황이, 환경이 같지 않다고 투덜 댈 여유는 없는 거다.
해봤자 뭐해, 어차피 안될텐데라는 패배주의에서 어느정도 벗어난 걸 보니 나는 조금은 성장했나보다.
어쩌면 믿고 싶은지도 모른다.
이솝우화에서의 거북이 처럼 우직하고 근면하게 살다보면 꼭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이솝이 처음 말하고자 했던 이 이야기의 본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