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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을 들고 앉았다.
할 일은 쌓여있는데 도무지 어느 것 하나에 집중 할 수가 없다.
간혹 이런 날도 있다.
너무 일이 많아서 뭐부터 해야할 지 모를때.
청소, 빨래, 설겆이, 이삿짐 정리, 시험 공부,
글쓰기.....
어라.....막상 목록을 적어보니 그다지 많은 것도 아니다.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 안절부절 못하게 될까.
뭔가에 집중할라치면 어김없이 머릿속을 쓸데없는 생각들이 차고 들어온다.
이달 말에 이사를 끝마쳐 놓아야 뭔가 제대로 하게 될 것 같다.
정말이지, 불편한 마음으로 1년 이상을 여기서 살았다.
막상 이사간다고 생각하니 해방감이 들어서인가....
얼마전의 집을 떠나게 되어 아쉬운 마음은 잦아들고 오히려 약간의 들뜸이 느껴진다.
당분간 정신적 스트레스는 조금 줄어들겠다.
새삼 얼마나 긴장하고 살았던 건지 깨달았다.
참 짧은 기간이었는데도 이 정도라니 정말 나는 어른들 가까이 살 수 있는 타입은 아닌가보다.
저 양반은 오늘도 싫은 티를 팍팍 내신다.
떨어져 있으면 불만스러워 하시고 가까이 있으면 또 그것대로 마뜩찮게 생각하시니 늘 전전긍긍하며 지내온 내 자신이 문득 우스워졌다.
눈치보며 사는 거, 어린 시절만으로도 충분하잖아.
그런 건 이제 지긋지긋해.
커피도 다 마셨고.....
영양가 없는 자기연민에 빠지기 전에 움직여야겠다.
뭐 하나라도 끝내 놓아야지 마음이 편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