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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귓가에 쟁쟁한 그 찢어질듯한 비명은 명절을 앞둔 어느 날 오후에 들려왔다.
내 자리는 그 소리가 울린 복도 화장실과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누군가의 비명은 마치 끔찍한 사고를 당했거나, 그보다 더 끔찍한 무엇을 본 사람의 것이었다. 영락없이.
처절한 비명에 오히려 내 심장이 멎는 줄 알았을 정도였으니까.
2층의 화장실이었으니 아마도 3층과 1층에까지 그 소리는 퍼졌을테고 나 뿐 아니라 130여 명의 직원들 모두 술렁댔다.
하지만 곧 진위파악에 나선 팀장은 별 거 아니라며 모두를 안심시키고 하던 일을 마저 하라고 종용했다.
어이없는 해프닝이다,
겨우 그 정도로 비명을 지르고 화장실 문을 부수다니 정말 이해할 수 없다.
팀장의 바로 옆 자리에 있었던 덕택에 다른 팀장들이 수군대는 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
"누가, 왜 그랬대?"
"몇 팀의 누구란다. 열 받았나부지 머."
"그럼 정말 아무 일 아닌거야?"
"그렇다니까."
무슨 큰 일이라도 난 줄 알았던 나는 일단은 안심했지만 130여명의 직원들을 한순간 들었다 놨다 한 사람이 ㅁㅈ언니였다는 말을 듣곤 아연실색했다.
대체 왜그랬을까....
누가,무엇이 그녀를 그토록 미쳐날뛰게 (?)했을까.
곧이어 센터장이 언니를 회의실로 불러서 상담이 진행됐다.
그동안 나는 무슨일로 열받았는지 궁금하고 걱정되어 일이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일을 마치고 같이 맛난 거라도 먹고 돌아가자고 해봤지만 역시나 ㅁㅈ언니는 거절했다.
나는 할 수 없이 혼자 추측만 해볼 뿐이었다.
그 날 ㅁㅈ언니는 아침부터 실적이 좋지 않았다.
동기들 중에선 성적도 좋았고 그만큼 팀장들의 기대도 컸던 게 사실이다.
어쩌면 남들에게 차마 말할 수 없는 압박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자존심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참 피곤한 짓이라 생각한다.
나는 그녀가 자신을 얽매고 누르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길 바란다.
나는 항상 탑이어야 한다는 스스로의 굴레,
너는 항상 남들과 비교해서 앞서야한다는 타인들의 인간미 떨어지는 기대에서 말이다.
그래봤자 130명 중의 1등일 뿐 아닌가.
1300명 중의 1등이든 1억 3천 중의 1등이든 100억 3천만명 중의 1등이든,
그 사실 자체가 스스로에게 부여해 줄 긍지와 늘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확실히 이 일은 짜증이 솟구치는 일이다.
이 일을 오래 하다보면 나는 언젠가는 위가 빵꾸가 나거나 뇌에 종기가 생길 것 같다.
오래 할 일은 절대 못된다.
어쨌거나 내가 내린 결론은 이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