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하기 전 한 시간 가량 급여 설명회를 가졌다.

올해 3월부터 바뀌는 직급수당제에 대한 얘기.

이런 기회가 있기 일주일 전 회사에선 소위 엄청난 일이 벌어졌었다.

데모가 일어나느냐,매니저를 갈아엎느냐,회사 노조가 생기느냐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위기였다.

........는 건 나만의 생각이거나 당사자인 매니저만의 생각일 수 있다.

한달 하고 보름전에 새 매니저가 부임했다.

남자치곤 작은키, 까무잡잡한 피부에 동남아인 같은 부리부리한 이목구비, 약간 튀어나온 배에 가끔 웃음을 머금으면 순진한 시골청년같지만 무표정할 때의 그의 눈은 백팔십도 다르다.

누군가, 정의로운 민주 투사처럼 우리 회사의 이런이런 부분은 부당하니 뜻을 같이하는 동지(?)들은 회신을 달라는 내용의 쪽지가 왔다.

주동자는 아직도 누군지 모른다.

그러나 이번에 새로 생긴 직급제에 대한 반발로 그동안 품어왔던 불만들을 요목조목 상세하게 서술한 쪽지 내용은 아직 신입직원에 속하는 나도 '맞아, 그건 그래.'라고 생각할만큼 논리정연했다.

그런 쪽지가 퍼진지 한시간도 안 지나 당장 콜이 왔다.

직급수당제에 의문나는 사람은 회의실로 모이라고.

그러나 그건 완벽한 함정이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아마도 스탭과 매니저들이 주동자를 잡기위해,혹은 의혹이 커지기전에 사전에 싹을 자르자는 목적으로 판 함정이었을 것이다.

예상대로 회의실로 간 사람들은 나중에 시말서 비슷한 것을 썼다고 한다.

참 기막히다.

전 매니저도 무능하다 뒷말이 많았지만 이정도는 아니라며 삼삼오오 수근댄다.

설치던 여우가 자릴 피했나 했더니 호랑이가 들어온 격이다.

사전설명 없이 무조건 통제하겠다, 위에서 누르려고만 하는 그가 참 어이없으면서도 아직 관리자로서 한참 어리구나 싶다.

그가 좀더 사람을 다루는데 노련했다면 이런일은 처음부터 없을지도 모른다.

여하튼 오늘 설명회에서 그는 여지없이 딱딱한 태도로 할말만 한다.

가장 큰 소득은 회사창립기념일에 쉬어야하고 그렇지 못했다면 수당으로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것이다.

이야, 이거참 가만히 앉아 있다 떨어지는 감 먹었다.

그 누군가, 알 수없는 민주투사 덕분에 뭐 하나라도 건진거다.

정말 오랜만에 회사라는 정글이 재미있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