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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ㅁ를 만나 저녁을 같이 먹으면서 사건의 전말을 대충 들었다.
덕분에 내가 알고있던 것보다 더 구체적으로,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이 되었다.
관련자들이 각서를 쓰는 것으로 사건이 일단락되는것처럼 보였기에 굳이 모르고 넘어가도 되는 일이긴 했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점심을 먹으러 가면서 전팀장과 ㅇㅁ가 인상을 쓰며 면담하는 것을 얼핏 보았기에.
ㅇㅁ가 직급제 문제로 회의실의 바로 그 자리에 있었단다.
팀장과 면담을 주고 받은건 각서를 쓰냐 마냐를 놓고 공방하는 중이었던 거다.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모르는채로 그저 시키는대로 각서를 써야만 하는 강요를 받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이 무슨 일제 강점기도 아니요, 1980년대 민주화운동 같은 격동기에 자유를 위해 투쟁한 것도 아니나 실제 우리는 회사의 외압에 굴종할 수 밖에 없는 힘없는 '을'이다.
갑을이라는 용어를 폐지했다곤 하나 현실은 여전히 힘의 논리가 적용된다.
뜻밖에도 이 일의 주동자가 누군지 알게되었다.
그녀는 오늘부로 회사를 그만두었다.
꽤 장기근무를 하며 경력을 쌓았을테고 직장내에 나름의 입지도 있는 워킹맘.
그녀가 일과 함께 포기했어야 할 많은 것들이 떠올랐다.
나처럼 잃을게 없는 사람이 아니라 잃을 게 많은 선배들이 줄사표를 던지는 일이 곧 생길 것이다.
회사는 아쉬울 게 없다.
그 사람들의 빈자리는 다른 부속들이 곧 채울테니까.
어떤이는 말할 것이다.
그러게 왜 나서서 개고생이냐고.
가만히 있으면 정 맞을일이 없다고.
물론 그건 지극히 현실감 있는 선택일 것이고 나 역시 그런 현실적 인간 중 하나다.
그러나 엊그제의 일기에도 썼지만 그런 선배들의 희생 덕분에 편하게 앉아 조금의 열매를 맛보게 될 나같은 후배들은 절대 그렇게 냉소할 수 없다.
no pain, no gain......
열악한 환경중에서 뭔가를 얻기 위해선 치열하게 싸워 쟁취해야 하는 것이다.
3.1절,6.25에 왜 묵념을 하고 먼저간 영혼들을 기리는 것인가.
2013년 대한민국의 오늘을 살면서 후손을 위해 나라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친 사람들덕을 보지 않는 한국인이 어디 있나.
괜히 미안해졌다. 그 자리에 함께 하지 못했다는 것이.
그러나 그런 가슴속 뜨거운 것만 가지고는 성공적으로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한다는 교훈 또한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