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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어릴 적엔 그렇게도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했건만 날은 좋기만 했다.
거리엔 캐럴이 울려퍼지고 비록 내게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걸 줄 사람이 없어도 친구들에게 줄 카드나 연하장을 만드는 게 낙이었다.
현실은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아니어도 카드 속의 눈 내린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난 이미 겨울왕국 속을 걷고 있었다.
<산타>
꼬마였을 땐 정말 산타가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성탄절엔 착한 애한테 선물을 준다던 산타는 나와 형제들에게만은 선물을 건너뛰었다.
이상하게도 실망하기보다 돌아오는 일년 내내 착한 일을 해 내년에야말로 산타의 선물을 받고야 말겠다고 다짐하곤 했다.
그러다 산타란 건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착한 일을 강요하기 위해 만들어낸 허구의 인물로 선물을 준비하는 주체는 부모님들이란 걸 알게 되었다.
허무하기도 했지만 난 곧 '아~그렇구나"하고 납득하고 말았다.
이제 일년 내내 착한일 하며 선물을 기대할 필요는 없다.
<트리와 전구>
어릴 적 다니던 교회에서 성탄 주간이면 늘 자리를 지키던 트리가 있었다.
그때만 해도 소나무나 전나무는 길거리에 흔해서 화분에 옮겨 심기 한 뒤 색색의 반짝이는 띠를 나무에 두르고 흰 솜을 뜯어 가지 사이에 걸친후,
문구점에서 파는 조잡한 장난감 같은 장식물을 나무에 비끄러 매면 훌륭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되곤 했다.
그 트리를 볼 때마다 다른 건 탐나지 않는데 유독 나무 젤 위의 큰 금박별은 가지고 싶었다.
하지만 난 수줍음이 많은 아이여서 감히 입밖으로 원하는 걸 말하진 못했다.
요즘은 획일적 모습에서 벗어나 다양한 장식물의 휘황찬란한 트리가 넘쳐나지만 아무래도 내 눈엔 예전의 자연목에 대충 꾸며진 트리가 더욱 정겹게 느껴진다.
뭐니뭐니해도 크리스마스 트리의 정점은 색전구다.
이것 하나만 있으면 제 아무리 초라한 트리라도 연말 분위기가 제대로 난다.
가격도 저렴하지만 빛이 켜지는 패턴이 몇 가지 있어 단조롭지 않고 어두운 방 한가운데서 빨갛고 노랗게 점멸하다 이내 환하게 밝아지는 그것들을 보고 있노라면 무념무상의 경지에 이르게도 된다.
<나홀로 집에>
처음 이 영화가 나왔을 때도 나는 이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주인공이 귀엽다고 칭찬일색이었지만 내 취향은 아니었고 그 아이가 성인이 되어 일으키는 각종 스캔들을 알고 나선 더 그랬다.
아무튼 집에 혼자 있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라고 이젠 대놓고 해마다 티비에서 연례행사로 방영중이라는 데,,, 뭐 관심없다.
다만 영화의 제목은 여운을 준다.
지금 내게 있어 크리스마스란 다른 날과 똑같은 평범한 날이지만
예전의 어느 시간, 그 때만은 달랐다.
사랑을 알게된 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지 않는 크리스마스가 얼마나 사무치게 외로운지 알게 된 거다.
더우기 원치 않게 나홀로 집에가 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이제 모두 평안하고 행복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