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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정말 우연히
'풍금이 있던 자리'라는 단편소설을 만났지.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이
남자의 관점과 여자의 관점이 어떻게 다른지
아주 잘 느끼게 해 주는 작품이어서
오래 동안 기억에 남았어.
이 소설의 시작은
어느 동물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마리의 수컷 공작새가 아주 어려서부터
코끼리거북과 철망 담을 사이에 두고 살고 있었다.
어느덧 수공작새는 다 자라 짝짓기를 할 만큼 되었다.
암컷 앞에서는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엉뚱하게도
코끼리거북 앞에서 그 우아한 날갯짓을 했다.
이 수공작새는 코끼리 거북을 상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했다.
알에서 갓깨어난 오리는 대략 12~17시간이 가장 민감하다.
오리는 이 시기에 본 것을 평생 잊지 않는다.
-박시룡, <동물의 행동> 중에서
마을로 들어오는 길은, 막 봄이 와서, 여기저기 참 아름다웠습니다.
이 고장을 찾아올 때는 당신께 이런 편지를 쓰려고 온 것이 분명 아니었습니다.
이런 글을 쓰려고 오다니요? 저는 당신과 함께 떠나려 했잖습니까. 다만 떠나기 전...
이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지금까지 남성의 입장에서만 생각해 온
많은 사랑 이야기가 여자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새삼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됐지.
지금까지 난 얼마나 내 중심으로 생각하고,
나로 인해 내 주변에 일어나는 그 많은 일들이
결코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해 왔었던 내가 얼마나
이기적인지 새삼 양심을 찌르더군,
사실 내가 너무 좋아했지.
그런데 순전히 내 입장으로만 좋아한거야.
그리고 정신을 차려서 냉정해 지려고 노력하고 있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있었겠지만,
나는 스스로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지.
벌써 십여년의 생활을 같은 직장에서 끈끈하게 이어져 오면서 말야.
나름대로 많은 생각을 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내가 일방적으로 상처를 주려고
짖궂게 계속 돌팔매를 하고 있었던 거야.
그래서 요즘 조용하게 지내고 있지.
나 자신을 반성하면서 말야.
결코 싫어서 미워서가 아니라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나 자신을 꾹 꾹 누르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