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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더듬을 수 있다는 것은 건강하다는 것이다.

2022년 12월 23일 그린하우스 일기를 쓰다.

올해 들어 제일 추운 날씨인 것 같다. 온도를 확인해보니 14.6도다. 겨울철인데 조금 천천히 나가야겠다. 빙판길에 날씨가 귓볼을 차갑게 때린다. 얼얼하다. 두 손으로 귀에 갖다 대지만 손만 시렵다.

엔도 슈사쿠의 침묵을 읽었다. 포르투갈 신부들의 일본 수난사와 일본의 가난한 백성들의 신앙생활이 적나라하게 그려져있다. 신앙을 위하여 목숨까지도 버리는 사람과 배교하여 비난받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내가 그 시대에 그 자리에 있었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자신의 믿음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성화를 밟지 않고 참혹한 죽음의 길을 걷는 순교자들, 반면 자신의 나약함과 비굴함을 내세워 주저 없이 성화를 밟고, 그리고 괴로움으로 방황하는 기지치로, 이들을 지켜보면서 주인공 로드리고 신부는 깊은 고뇌와 회의에 빠진다.
오로지 하나님에 대한 뜨거운 신앙으로 바닷물 속으로 무참히 가라앉아 가는 그들 농민들, 그러나 달라진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다. 바다는 여전히 잠잠하고 새는 그 위를 자유롭게 날고, 하나님은 계속 침묵을 지킬 뿐이다.
과연 하나님은 존재한단 말인가? 존재한다면 어째서 이렇게 침묵할 수 있단 말인가?

기억을 더듬을 수 있다는 것은 내가 아직 건강하다는 이야기다. 도서관에서 어제 4권의 책을 빌려 카페에서 분명히 가방에 넣었다고 생각하고 집에 돌아와 확인해보니 3권밖에 없었다. 기억을 더듬어 어디에서 문제가 있었나 돌려보니 가방을 열은 것은 책을 대여하여 카페에서 열은거 밖에 없었다. 오늘 퇴근길에 도서관에 들러 사서에게 말씀을 드렸더니 아침에 카페에서 책을 발견하여 반납처리를 했다는 것이다. 고맙고 감사했다. 잃어버렸으면 새책을 구입하여 드려야 하는데 돈도 벌고 다시 책을 만날 수 있어 감사하다. 오정희의 바람의 넋이라는 책이 귀신같이 없어졌다가 바람처럼 다시 돌아왔다.

혼자사는 즐거움이 나름대로 재미도 있는 반면 모든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여야 한다는게 불편하다.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무슨 일을 하다보면 없는게 너무나 많다. 오늘은 다이소에 들러 고기굽는데 필요한 집게와 휴대용 바디워시를 구입하였다. 집에 도착하여 햄을 구워 김치와 깍두기로 식사를 하는데 맛이 꿀맛이다. 그녀의 잔소리와 눈치를 보지 않는게 제일 마음에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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