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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느끼고 실행할 줄 안다

2023년 2월 3일 그린하우스 일기를 쓰다.

오랜만에 코로나19 마스크 쓰기가 해제되고 초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모임을 갖었다. 잘나가는 친구가 선뜻 초대를 하여서 14명의 친구들이 모이고 겨울의 별미 방어회와 광어회 등 맛있는 회와 매운탕으로 즐거운 식사 시간을 즐겼다. 그리고 카페에 들러 차와 음료수를 마시며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늦은 귀가를 하였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즐거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친구들이 고맙고 만남이 고맙다.

오늘은 디디에 반 코뵐라르트의 식물의 은밀한 감정을 독서하였다. 믿기 힘들겠지만 식물은 느끼고 실행할 줄 안다. 곧 식물의온갖 감정을 보게 될 것이다. 두려움, 굴욕, 고마움, 창조적 상상, 계략, 유혹, 질투, 대비원칙, 연민, 연대감, 기대감..., 그리고 최근에 입증되었듯이, 식물은 아주 단순한 수단과 더없이 놀라운 방법으로 스스로 느끼는 바를 전할 줄 안다.

20억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 가보자. 그 즈음에 자리 잡은 대기는 질소 78%, 산소 20.95%, 아르곤 0.93%, 탄소 0.04%, 그리고 미량의 몇몇 다른 가스로 구성된다. 식물이 우리가, 다시 말해 동물과 우리가 소비하는 것보다 무한히 많은 산소를 계속 만들어낸다는 걸 생각하면 이 대기 구성은 정말이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다.

식물과 동물은 제각기 선택한 길에 적응하며 살아남는 데 필요한 능력을 길렀다. 동물은 식물이나 다른 동물을 먹고 살기 위해 달리고, 날고, 헤엄치는 운동능력을 기르며 진화했다. 사냥에 나설 수 없는 식물은 스스로 먹이를 만드는 독립여양 생물이 되었고, 포식을 피하고 홀로 해결할 수 없는 번식을 성사시키기 위한 온갖 전략을 개발하며 진화했다.

식물은 눈과 귀와 입이 없어도 지각하고 소통하며, 뇌 없이도 지능적으로 행동한다. 유혹하고, 모방하고, 공격하고, 방어하고, 선택하고, 계산하고, 학습하고, 기억하고, 예견하고, 연대한다. 은밀하고도 치밀하게 화학물질을 배출해 적에게 경고하고, 때로는 독을 품어 포식자를 죽이기도 한다. 위험을 주변에 알리기도 하고, 필요할 때는 이웃과 양분을 나누며 필요 이상의 탐욕을 부리지 않는다.

식물은 전체 생물의 99% 이상을 차지하고, 먹이사슬의 밑바닥에서 생태계를 떠받치고 있다. 우리 인간은 세상의 주인 행세를 하고 있지만, 식물에 온 삶을 기대고 있다. 우리는 봄이면 움트는 새싹과 꽃을 보며 설레고, 가을에는 울긋불긋한 단풍과 낙엽을 보고 마음이 출렁인다. 무더운 여름날엔 무성한 숲과 나무 그늘에 안도하고, 모든 걸 떨군 앙상한 겨울 나뭇가지를 보면 울적해지기도 한다.

식물은 인간이 없어도 잘 살지만, 아니, 인간이 없으면 더 무성하게 번식하겠지만, 인간은 식물 없이는 단 하루도 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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