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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는 노마드의 유쾌한 유목일지다

2023년 2월 17일 그린하우스 일기를 쓰다.

이선생님한테서 카톡이 왔다. 저녁 시간에 이선배님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자는 것이다. 오늘 계획한 일정을 변경하여야 할 것 같다. 내가 저녁 식사 하자고 할때는 한참이나 뜸을 들이대더니만 여자가 말하니까 금방 오케이다. 남원추어탕, 추어탕하면 남원추어탕이다. 솥밥에 추어탕 밥맛도 끝내준다. 반찬 없어도 먹고 싶은 밥이다. 오늘따라 추어탕도 진국이다.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밥상을 함께 할 수 있어 즐겁고 감사하다.

홍기명의 여행 ing를 읽으면서 국내 여행이 아닌 해외 여행기의 아름다운 그림을 감상할 수 있어 좋았다. 그렇다면 나는 해외 여행이 아닌 국내 비슷한 지역을 발굴하여 여행을 떠나야 하겠다고 생각을 하면서 그런 분위기를 따라가 보았다. 여행은 혼자서 하는게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맛을 느낄 수가 있다. 이는 내 생각이다. 정말로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면 혼자서 여행을 떠난다. 여행 ing의 작가처럼 국내 여행지의 나만의 여행 지도를 만들어 주말을 이용하여 여행을 떠나야겠다.

소풍가기 좋은 날, 어린 시절의 설레임 덴마크 레고렌드는 춘천 레고렌드를 여행하면 어떨까? 바쁜 도시의 작은 쉼터 뤽상부르 정원은 남양주 물의정원은 어떨까? 일상을 떠나 꿈꿔본 바다 무이네 파티엣은 속초 외옹치항 바다향기 길은 어떨까? 하늘 맑은 날 자전거 소풍 퐁덴블로와 바르비종은 북한강 자전거 길은 어떨까? 한낮의 에너지 충전 스위스 티틀리스는 한국의 알프스 평창 대관령 양떼 목장은 어떨까? 은근히 가슴 설레는 여행이 기대가 된다.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독서하였다. 고미숙 작가는 열하일기를 세계 최고의 여행기라고 표제에 달았다. 조선왕조 500년을 통틀어 단 하나의 텍스트만을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단언 열하일기를 들 것이다. 또 동서고금의 여행기 가운데 오직 하나만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나는 또한 열하일기를 들 것이다. 열하일기는 이국적 풍물과 기이한 체험을 지리하게 나열하는 흔해 빠진 여행기가 아니다. 그것은 이질적인 대상들과의 뜨거운 '접속'의 과정이고, 침묵하고 있던 '말과 사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발국'의 현장이며, 예기치 않은 담론들이 범람하는 '생성'의 장이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열하일기를 통해 아주 낮설고 새로운 여행의 배치를 만나게 된다.

연암에게 있어 삶과 여행은 분리되지 않았다. 그는 길 위에서 사유하고, 사유하면서 길을 떠나는 '노마드'(유목민)였던 것, 이질적인 것들 사이를 유쾌하게 가로지르면서 항상 예기치 않은 창조적 신분들을 창안해 내는 존재, 노마드! 열하일기는 이 노마드의 유쾌한 유목일지다. 열하일기가 18세기에 갇히지 않고, '지금, 우리'에게도 삶과 우주에 대한 눈부신 비전을 던져 주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개정신판 머리말 중에서

박지원의 열하일기가 인기가 있나보다. 책이 너덜너덜하고 많은 사람들이 읽은 흔적이 보인다. 글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박지원이라는 선비는 소탈한 이미지와 도전 정신이 엿보인다. 청나라 말은 할 수 없어도 한자를 통하여 사람을 만나고 사귀며 열하를 여행하면서 보고 듣고 만났던 일정을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또 하나 사람은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바뀐다. 8촌 형 박명원은 영조의 사위로 금성위에 봉작된 왕족이다. 아무 지위도 없는 박지원이 팔촌 형의 추천(빽)으로 사행단에 속하여 고미숙 작가의 말대로 최고의 여행기를 기록할 수 있었다.

"그렇지, 그렇구 말구! 아니지, 아니고 말고, 천고의 영웅은 울기를 잘했고, 천하의 미인은 눈물이 많았다네. 하지만 그들은 몇 줄기 소리 없는 눈물을 옷깃에 떨굴 정도였기에, 그들의 울음 소리가 천지에 가득 차서 쇠나 돌에서 나오는 듯 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네. 사람들은 다만 칠정 가운데서 오직 슬플 때만 우는 줄로 알 뿐, 칠정 모두가 울음을 자아낸다는 것은 모르지. 기쁨이 사무쳐도 울게 되고, 노여움이 사무쳐도 울게 되고, 즐거움이 사무쳐도 울게 되고, 사랑함이 사무쳐도 울게 되고, 욕심이 사무쳐도 울게 되는 것이야. 근심으로 답답한걸 풀어 버리는 데에는 소리보다 더 효과가 빠른게 없지. 울음이란 천지간에 있어서 우레와도 같은 것일세. 지극한 정이 발현되어 나오는 것이 저절로 이치에 딱 맞는다면 울음이나 웃음이나 무에 다르겠는가. 사람의 감정이 이러한 극치를 겪지 못하다 보니 교묘하게 칠정을 늘어놓고는 슬픔에다 울음을 짝지은 것일 뿐이야. 이 때문에 상을 당했을 때 처음엔 억지로 '아이고' 따위의 소리를 울부짖지. 그러면서 참된 칠정에서 우러나오는 지극한 소리는 억눌러 버리니 그것이 저 천지 사이에 서리고 엉기어 꽉 뭉쳐 있게 되는것일세. 일찍이 가생은 울곳을 얻지 못하고, 결국 참다 못해 별안간 선실을 향하여 한마디 길게 울부짖었다네. 그러니 이를 듣는 사람들이 어찌 놀라고 괴이하게 여기지 않았겠는가." (p 139).

"저 기와 조각이나 똥덩어리야말로 진정 장관이다. 어찌 성지, 궁실, 누대, 점포, 사찰, 목축, 광막한 벌판, 아스라한 안개 숲만 장관이라고 할 것인가." (p 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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