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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물이 시간속에 조용히 기지개를 켠다

2023년 3월 3일 그린하우스 일기를 쓰다.

실개천을 걷는다. 맑은물이 시간 속에 조용히 기지개를 켠다. 힌뺨 검둥오리가 물장구를 치고 황새목이 미동도 하지 않은채 나목처럼 서 있다- 바람이 불지 않았더라면 인조목인가 생각할 정도다. 상큼한 아침 공기를 호흡하며 학습관에 도착하여 체스지도자 과정 둘째 날을 맞이한다. 아직 선생님들이 낮설고 다가가기가 어렵다. 체스를 조금 아는 선생님과 게임에 들어간다. 재미 있으면서도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먼저 자리에서 일어선다.

가끔 가다가 취업을 위한 X-ray 촬영이 아닌 그냥 몸 상태를 체크하기 위하여 방문하는 시민이 있다. 현재는 진료를 하지 않기 때문에 아픈 곳이 있으면 병원을 방문하여 진료를 받고 X-ray를 촬영하여 그에 따른 의사의 처방을 받으라고 안내하면 고개를 갸웃하면서 다른 곳에서는 촬영을 해주는데 왜 안되느냐고 뒤묻는다. 그 때에야 몸이 조금 아프고 이상이 있어 찍어 보려고 한다고 한다. 그럼 당연히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의사의 안내를 받아야 한다고 말씀을 드린다. 지금 검사하는 것은 정상, 비정상이라는 판정만 하므로 의사의 소견서가 없다고 말씀 드리면 그래도 이해를 하지 못한다. 어른들은 쓸데없이 검사비가 싸다는 소문 때문에 그냥 찍어보려고 한다.

오늘은 존 파울즈의 프랑스 중위의 여자를 독서하였다. 강신주의 감정수업에서는 이 소설에 대하여 욕망이라는 주제를 통하여 모든 감정에 숨겨져 있는 동반자 를 끄집어 내고 있다. 스피노자는 에티카에서 욕망이란 인간의 본질이 주어진 감정에 따라 어떤 것을 행할 수 있도록 결정되는 한에서 인간의 본질 자체이다. (......) 욕망은 자신의 의식을 동반하는 충동이고, 충동은 인간의 본질이 자신의 유지에 이익이 되는 것을 행할 수 있도록 결정되는 한에서 인간의 본질 자체이다.

" 그 갈증은 단지 성적 욕망만이 아니라, 낭만과 모험, 죄악, 광기, 야수성 같은 금지된 모든 것에 대한 억제할 수 없는 욕망이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그렇게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고 있었을까. 영원처럼 긴 시간이 흐른 것 같았지만, 실은 삼사 초 동안에 불과했다. 손이 먼저 움직였다. 어떤 신비스러운 교감에 의해 손가락이 서로 엉켰다. 이어서 찰스는 한쪽 무릎을 세우고 열정적으로 사라를 끌어 안았다. 두 입술이 서로 부딪쳤다. 둘 다에게 충격을 줄 만큼 거친 입맞춤이었다. (......) 그와 그녀의 알몸 사이에는 한 겹의 얇은 잠옷밖에 없었다. 찰스는 오랫동안 참아 온 갈증으로 그녀의 입술을 빨면서, 사라의 몸을 가슴에 끌어당겼다. 그 갈증은 단지 성적 욕망만이 아니라, 낭만과 모험, 죄악, 광기, 야수성 같은 금지된 모든 것에 대한 억제할 수 없는 욕망이었다. 그 모든 욕망들이 찰스의 내면에서 소용돌이를 일으켜 지나갔다."

"가감이나 수정을 가할 필요가 없는 진솔하고 단순한 책과, 겉은 그럴듯하게 꾸몄지만 알멩이는 하나도 없는 엉터리 책의 차이, 사라는 친절하게도 그 점을 애써 감추고 있었지만, 그것이 바로 두 사람 사이의 진정한 모순이고 차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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