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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은 진정한 사랑을 위한 자기희생이다

2023년 3월 21일 그린하우스 일기를 쓰다.

그림책의이해를 공부하면서 부담감이 가중된다. 이럴줄 알았더라면 수강신청을 하지 않는 건데 걱정이 태산 같다. 글자 그대로 그림책을 창작하는 작업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글을 기획하고 그림을 그려 그림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수님 말씀은 그림을 잘 그릴 필요가 없다고 한다. 많이 그리라고 한다. 일단 쓰고 많이 고치고, 일단 그리고 많이 고치라고 한다. 창작은 아무렇게나 즐겁게 막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는게 아니라 아예 그릴줄을 모르는데 정말 이 과목을 이수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오늘은 강신주의 감정수업 에밀 졸라의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을 독서하였다. 이 글의 주제는 겸손이다. 진정 사랑을 위한 자기희생을 표현하고 있다. 스피노자의 에티카에서는 겸손이란 인간이 자기의 무능과 약함을 고찰하는 데서 생기는 슬픔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돈으로도 드니즈의 마음을 살 수 없게 되자 무레는 절망한다. 즉 무레의 '겸손'은 자신이 그토록 의지했던 돈의 무기력함을 자각하는 데서 오는 슬픔이다. 그렇지만 그의 겸손은 또한 한 여자를 자기 뜻대로 할 수 없다는 깨달음이기도 하다. 이것이 바로 사랑에 뒤따르는 겸손의 감정이다."

"용기 있고 밝고 소박한 심성, 그리고 그녀의 온화한 성품에서 느껴지는, 사람의 마음속을 파고드는 미묘한 향기 같은 매력, 그녀는 여성으로서 바람직하게 생각되는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녀가 눈에 잘 안 들어올 수도, 그녀를 아무렇게나 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곧 느릿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힘을 지닌 그녀의 마력이 조화를 부리게 된다. 그리하여 그녀가 한 번 웃어 보이기라도 하면, 그 사람은 영원히 그녀에게서 벗어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그녀의 새하얀 얼굴의 모든 것이, 연보랏빛 눈동자와 보조개가 팬 볼, 그리고 가운데가 살짝 들어간 턱의 미소를 짓는 것처럼 보인다. 그녀의 풍성한 금발도 고귀한 정복자와 같은 아름다움으로 빛을 발하는 듯했다. 무레는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드니즈는 아름다운 만큼 지혜로웠다."

"데체 무슨 이유로 드니즈는 이토록 끈질기게 자신을 거부한단 말인가? 무레는 드니즈에게 수없이 애원하면서, 돈을, 그것도 많은 돈을 주겠노라며 금액을 점점 더 높여 제안했다. 또한 드니즈가 야심이 크다고 판단하여 매장에 결원이 생기는 대로 즉시 수석 구매상으로 승진시켜 줄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드니즈는 여전히 그를 거부하고 또 거부했다! 마치 전쟁이라도 치르듯 그를 아연실색하게 만드는 상황에서 그는 점점 더 끓어오르는 욕망을 억누를 수 없었다. 천하의 무레에게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조그만 여자는 언젠가는 그를 받아들이게 될 것이었다. 무레는 언제나 여자의 도덕성은 상대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그에게는 오직 한 가지 목표만이 존재했다. 다른 것들은 그 절대적 필요 앞에서 모두 사라져 버렸다. 드니즈를 자신의 방으로 끌어들여 자신의 무릎 위에 앉힌 채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는 것, 그것만이 그가 원하는 것이었다. 그런 광경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온몸의 피가 요동치면서 몸이 떨려 왔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무능함에 절망했다."

"드니즈는 아름다운 만큼 지혜로웠다. 그녀의 지혜로움은 그녀가 지닌 가장 고귀한 것들로부터 비롯되었다. 대부분이 하층민 출신인 백화점 판매원들이 점차 갈라져 떨어져 나가는 매니큐어처럼 피상적인 교육밖에는 받지 못한 반면, 드니즈는 가식적인 우아함과 거리가 먼, 깊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매력과 멋을 지니고 있었다. (......) 무레는 드니즈를 향해 분노를 토해내던 순간에 그녀를 모독했던 것에 대해 두 손 모아 용서를 구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우릴 떠나겠다는 결심은 여전히 변함없는 거요?" 무레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네, 사장님, 그래야만 합니다," 그러자 그는 그녀의 두 손을 감싸 쥐면서, 오랫동안 스스로에게 강요했던 냉담한 태도를 벗어던진 채 더없이 다정한 어조로 물었다. "드니즈, 내가 당신과 결혼하겠다고 한다면 그래도 떠날 거요?" 드니즈는 즉시 두 손을 빼고는 크나큰 고통에 짓눌리듯 격렬하게 외쳤다. "오! 사장님, 제발 부탁이에요. 그런 말씀일랑 하지 마세요! 더 이상 절 고통스럽게 하지 마세요!...... 전 그럴 수 없어요! 그럴 수 없다고요. ......그런 불행한 일을 피하기 위해 떠나려는 걸 신께서도 아실 거라고요!"

"내가 원하는 거요. ...... 내가 원하는 거란 말이오." "아뇨, 그건 절대 안 될 말이에요. ...... 그럼 제 동생들은 어떡하라고요? 전 절대로 결혼하지 않기로 맹세했어요. 사장님한테 두 아이를 떠맡길 수는 없는 것 아닌가요?" "그들은 내 동생이기도 할 거요. ...... 부디 날 받아주시오. 드니즈." "아뇨, 안 돼요. 오! 제발 절 좀 그냥 내버려두세요. 절 더 이상 괴롭히지 마시고요!" 그는 점차 절망 속으로 빠져들었다. 마지막 장애물은 그를 미치게 했다. (......) "그렇다면 떠나시오!" 그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외쳤다. "당신이 사랑하는 그 남자에게로 가버리란 말이오, ...... 그래서 이러는게 아니오? 당신은 내게 이미 그 사실을 귀띔했었소. 진작 그걸 기억해서 당신을 더 이상 괴롭하지 말아야 했소." 깊이 절망하는 그의 모습에 충격을 받은 드니즈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파왔다. 드니즈는 그에게로 달려가 어린아이처럼 그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채 그와 함께 흐느끼며 더듬더듬 말했다. "오! 그래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바로 당신이에요!" (......) 무레는 책상 위에 흐트러져 있는 100만 프랑 더미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돈은 이미 그의 안중에 없었다. 그는 드니즈를 꼭 안고 놓아주지 않았다. 미친듯이 힘주어 그녀를 안으며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녀는 이제 떠나도 되었다. 한 달 동안 발로뉴에서 휴식하면서 소문을 잠재운 다음 그가 직접 그녀를 데리러 갈 것이었다. 그리하여 그 누구보다 강력해진 그녀를 그의 팔에 끼고 보란 듯이 당당한 모습으로 되돌아올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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