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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함이란 나약한 사람을 용사로 만드는 비밀이다

2023년 3월 22일 그린하우스 일기를 쓰다.

계절의 향기가 봄바람을 타고 우리 곁에 다가온다. 벌써 초여름의 기온이 사람들을 겨울의 어두컴컴한 장막에서 걷어내고 울긋불긋 밝고 화사한 빨강 분홍 노랑하얀 날개를 달고 너풀거린다. 봄이 어느새 나한테 와 있다.

오늘은 오래전에 읽은 조지오웰의 1984를 생각해 보았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1Q84와는 다른 색체를 갖고 있지만 조지오웰은 주제를 "대담함" 나약한 사람을 용사로 만드는 비밀을 보여주고 있다. 강신주의 감정수업 스피노자의 에티카에서는 대담함이란 동료가 맞서기 두려워하는 위험을 무릎쓰고 어떤 일을 하도록 자극하는 욕망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대담함을 욕망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스피노자의 비범함을 발견하게 된다. 욕망이란 기본적으로 기쁨의 증진을 도모하는 작용이기 때문이다. 사랑만큼 살아갈 힘과 기쁨을 충족시키는 경험이 또 있을까? 조지 오웰이 1984에서 모색했던 것도 바로 사랑의 파괴력, 그러니까 압도적인 힘 앞에서 주눅 들지 않는 대담함이라는 감정이었다."

"나는 자백을 말하려는 게 아니야. 자백은 배신이 아니지. 자백을 하든 안 하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감정이야. 예컨대 그들 때문에 내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게 된다면, 그게 진짜 배신이란 얘기지."
줄리아는 그의 말에 곰곰히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할 수 없을걸요." 줄리아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들이 할 수 없는 일이 한 가지 있어요. 그들은 당신이 무엇이든 말하게끔 할 수는 있지만 믿게는 할 수 없어요. 당신의 속마음까지 지배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 당신 말이 맞아. 사람의 속마음까지 지배할 수는 없지. 만약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게 가치 있는 일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면, 비록 대단한 성과를 얻지는 못하더라도 그들을 패배시키는 셈은 되는 거야."

"윈스턴과는 달리 줄리아는 당이 성적 순결을 강조하는 이유를 나름대로 파악하고 있었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성 본능은 당의 통제를 벗어나 그 자체의 세계를 구축하므로 당은 무슨 수를 써서든 그것을 파괴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성욕을 박탈하면 히스테리를 유발하기 때문에 당의 입장에서는 이를 전투열과 지도자 숭배로 전환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섹스를 하면 힘이 빠지고, 그 다음엔 행보감에 젖어서 무엇에게든 욕을 하거나 저주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게 되는데, 그들은 그런 상태를 용납할 수 없다는 거예요. 그들은 사람들이 언제나 정력으로 똘똘 뭉쳐 있기를 원해요. 행진을 하고, 함성을 지르고, 깃발을 흔드는 것들은 모두 섹스의 변종일 뿐이에요. 행보감을 느끼면 뭐 하러 '빅브라더'나 '3개년 계획'이나 '2분 증오'나 그 밖의 썩어빠진 의식들에 그처럼 열을 올리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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