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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파괴되거나 네가 파괴되거나

2023년 4월 18일 그린하우스 일기를 쓰다.

사람들은 본인의 실수를 잘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 원인 제공을 상대방인 행정기관에서도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아 발생한 일이지만 그런 오해를 다분히 담고 있어 누구에게 잘잘못을 따지기가 애매한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나타난다. 오늘도 나이가 지긋한 여성 시민이 연명치료 거부 사전의향서 신청을 하기 위해 방문했는데, 안내를 잘 못 받고 온 것 같다. 그런데 본인은 분명히 여기에서 받는다는 답을 얻고 왔다는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설명해도 들은체 만체 다시 전화 통화를 하더니 2층 상담처로 발길을 돌린다. 그런데 거기에는 그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없다. 한참을 기다려도 내려오지 않는다. 자존심이 상한 건지 미안해서 그런 건지 지하 주차장을 통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통화를 하는 안내자가 위치를 분명하게 알려주어 시민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하였으면 좋겠다.

택배가 배달되었다. 담당부서에 연락하니 실무자가 휴가중이라고 한다. 무거우니 구루마(헨드 카트)를 가져오라고 부탁을 하였다. 전화를 받은 여직원의 답변이 시원치 않더니만 본체만체 가져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내 일이 아니니까 귀챦다는 표현이다. 할수없이 남직원에게 부탁하여 택배를 가져가라고 하였다. 대개들 같은 팀에 함께 근무하는 직원들은 서로 협조를 잘하는데 이 부서는 좀 특이하게 내 일이 아니면 기피하는 현상이다.

중간고사 기간 신경을 많이 써서 그런지 몸이 개운하지가 않다. 조금 몸이 불편하고 자꾸만 쉬고 싶다. 책을 읽는데도 눈까풀이 불편하고 자꾸만 눈을 비비게 된다. 몸도 의슬의슬 춥다는 느낌이 들고 기운도 없는 것 같다. 오줌을 누면 노란색의 오줌이 하루종일 나온다. 조금 피곤하다. 따뜻한 아랫목에 편안히 쉬고 싶다.

오늘은 오랜만에 강신주의 감정수업에서 소개한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피아노 치는 여자"를 독서하였다. '미움'이 주제가 되어 '내가 파괴되거나 네가 파괴되거나' 스피노자는 "에티카"에서 '미움'이란 외적 원인의 관념을 동반하는 슬픔이다."라고 말하였다.

"자신은 사실 음악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어머니는 자기 자식을 음악의 틀 속에 억지로 집어넣는다. 자식은 어머니의 우상이고, 어머니는 자식에게서 그저 약소한 대가를 요구할 뿐인데, 그것은 다름 아닌 자식의 삶 전체인 것이다."

"클레머가 아직도 분주하게 그녀의 성기 안에서 손을 놀리는 동안 에리카는 그의 성기를 팔 하나 간격을 두고 잡고 있다. 에리카는 클레머에게 당장 그만두지 않으면 가 버릴 테니 멈추라고 한다. 에리카의 갑작스러운 의지가 그에게는 그리 간단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요구가 아니기에 그녀는 이 말을 여러 번 반복해야 했다. 클레머의 머리는 분노와 열정으로 멍청해진 모양이다. 클레머는 자신이 뭘 잘못 들었나 하고 멈칫한다. 음악사를 살펴봐도 다른 곳을 들춰봐도 다른 곳을 들춰봐도 구애하는 남자가 그냥 그렇게 쫓겨나는 법은 없다. (......) 에리카는 걸어가면서 그녀의 아랫도리 끝에 있는 구멍을 증오한다. 예술만이 달콤함을 무한히 약속해 준다. 조만간 아랫도리의 부패는 진전되어 더 많은 신체 부위를 차지할 것이다. 그러면 사람은 고통 속에서 죽고 마는 것이다. 에리카는 섬뜩함을 느끼며 자신이 175센티미터 길이의 크고 무감각한 구멍이 되어 관 속에 누운 채 흙이 되어 버리는 것을 상상한다. 에리카가 경멸하고 소홀히 했던 구멍이 이제 와서 그녀를 완전히 지배하게 된 것이다. 그녀는 이제 아무것도 아니다. 그리고 지금 그녀에게 이보다 더 간절한 것은 없다."

"에리카는 날카롭게 비명을 지르며 되는 대로 빌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이 비명을 듣고 그에게 육중한 분노를 터뜨린다. 남자가 딸에게서 더 이상 어머니가 지배할 여지를 남겨 두지 않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뿐만 아니라 새끼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동물적인 공포가 어머니를 사로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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