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배가본드
하늘로 소풍간 너

_영희야,

어젯밤에 너의 갑작스런 비보를 받곤 한참 멍하니 서 있었다.

비록 불편한 몸이어도 모임엔 빠지지 않던 너.

그러고 보니, 지난해 늦은 가을에 우리모두 부산에서 남해로, 거가대교를 건너

1박 2일의 여행이 너와의 마지막 여행이 되고 말았구나.

눈에 선하다.

 

늘 몸이 불편해 스틱을 의지해서 걷곤 하지만. 열정만은 대단했던 너.

자신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관계로 친구들과의 모임에서도 한편에서만 조용히

시간을 보내던 너.

그런 너의 곁에서 마냥 조잘대던 우리가 늘 미안했어.

그 모습조차도 이젠 볼수 없게 되었구나.

 

상환이와 찾았던 <국립의료원>

너의 밝은 미소가 우릴 맞더군.

네가 혈육이 없는 관계로 어려서 부터 양녀로 삼고 기른 딸 재림이.

_아빠가요,

이발하고 오시다가 횡단보도에서 넘어져 뇌를 다쳐 4번이나 수술했지만

어제 돌아가시고 말았어요, 이렇게 오셔서 감사합니다.

말소린 또렸했지만, 아빠를 잃은 슬픔에 눈물이 그렁 그렁한걸 보니 그 놈의 정이란것이 뭔지......

그 귀여운 딸을 두고 어떻게 그리도 무정하게 떠났어?

그 곁에 너의 부친이 멍하니 앉아계시더군

자신보다 자식을 앞서 보낸 심정은 뭐라고 하겠어?

기가 막힐거야.

네가 불효를 저지른 거지 .

 

우린 어려서 태평사로 소풍을 가곤했지.

아담한 사찰, 우람한 금성산을 배경으로 둥그럽게 둘러앉아 도시락을 먹던 시절이 손에 잡힐듯 가깝구나.

어때?

하늘나라도 소풍간 소감이 말야.

 

-영희야,

공교롭게도 우리친구중에 너와 동명인 홍영희가 있어 늘 우린 큰 영희 작은 영희

하곤 불렀어.

어려서도 어른이 되어서도 넌 항상 작은 키라 늘 작은영희였지.

이젠,

친구 명단에서 하나의 영희는 지워야 하나 보다.

 

언젠가는 모두들 하늘나라로 떠나야 하는 우리지만,

이승에 머문 우리들이 미안하구나,

널 지켜주지 못하고 너만 먼저 보낸거 같아서 말이야.

이젠 불편하지도, 고뇌도 없는 그곳에서 여기서 못누린 행복을 맘껏 누리려무나.

어때?

편하니?

낼은,

상호 아들놈 결혼식에 우린 모인다.

아마도 화제는 너의 애길거야.

우린 또 다시 너와의 생전의 추억을 회상하며 널 그리워 할지도 모른다.

뭐가 급해서 그리도 빨리 떠난건지 모르지만, 그곳에서 편히 쉬거라.

우리 모두 너의 명복을 빌것이다.

잘 있거라.

민트초코
2012-06-15 19:00:01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배가본드
2012-06-21 19:55:28

지금도 그 친구의 얼굴이 어른거리네요
부디 좋은 곳에서 편히 쉬고 있을겁니다.
감사해요.
댓글 작성

일기장 리스트

12 1992 사랑과 고독, 그리고... 7010 독백 98

히스토리

키쉬닷컴 일기장
일기장 메인 커뮤니티 메인 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