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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가을에>

가다가 밤송이 지는
소리가 한참을 남아
절로는 희뜩희뜩
눈이 가는 하늘은
그 물론 짧은 한낮을
좋이 청명하더니라.


성묘 공손하니
엎드린 머리에도
하늘은 드리운 채로 
휘일같이 서글프고
그리운 이름 부르기
겨워 이슬 맻히네 



세상이 있는 법은
가을 나무 같은 것
그 밑에 우리들은
과일이나 주워서
허전히 아아 넉넉히
어루만질 뿐이다.

<박 재삼 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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