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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바라기
글쓰시고 싶으신 분 아무 분이나 남기세요.그런데, 너무 무미건조할까봐 미리부터 걱정되네요. ^^*
재상 자리도 한 마리의 썩은 쥐

혜시(惠施)는 장자와 절친한 친구이자 논적(論敵)이기도 했다. 두 사람의 세상을 대하는 태도는 아주 정반대이다시피 하였는데, 한때 장자는 양(梁)나라 재상으로 있던 혜시를 찾아간 일이 있었다.
그런데 마침 혜시는 자리에 없었다. 장자는 헛수고를 하고 돌아왔고, 혜시의 측근 한 사람이 혜시에게 이렇게 말했다.
“장자가 재상님을 찾아왔었다 합니다. 이는 틀림없이 재상님을 밀어내고 자기가 재상이 되고자 해서일 것입니다.”
이 말에 깜짝 놀란 혜시는 백방으로 장자를 찾았다. 사흘 밤낮동안 나라 안을 샅샅이 뒤졌으므로 온통 소란이 일었다.
그런 일이 있은 뒤 얼마만에 장자가 홀연히 혜시 앞에 나타났다. 장자는 혜시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보시오, 혜시 선생. 내 말을 좀 들어보시오. 저 남쪽 나라에 원추(鵷雛)라는 새가 있다오. 그 새는 어떤 새인가. 그 놈은 보통 새가 아니라오. 그 새가 한번 뜻을 내어 북해로 건너가게 될 때에 오동나무가 아니면 앉아 쉬지를 아니하고, 연실(練實-대나무 열매)이 아니면 먹지를 아니하며, 예천(醴泉-단물샘)이 아니면 마시지를 않는다오. 그런데 원추가 엄청난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그때에 올빼미 한 마리가 나무 위에 앉아 있었다오. 그 올빼미는 마침 썩은 쥐 하나를 입에 물고 있다가, 마치 구름처럼 큰 새가 날아가는 것을 보고 그 쥐를 빼앗길까봐 억! 하고 비명을 질렀다 하오.”
장자는 말을 이었다.
“여보시오, 혜시 선생, 당신이 지금 그 올빼미가 되어 썩은 쥐 하나를 입에 물고 나를 향해 억! 하고 비명을 지르는 거요?”
- ‘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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