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달바라기
글쓰시고 싶으신 분 아무 분이나 남기세요.그런데, 너무 무미건조할까봐 미리부터 걱정되네요. ^^*
두 궁술의 달인

감승(甘蠅)이라는 궁술의 명인이 있었다.  어찌나 놀라운 궁술의 달인이었던지 그가 활을 겨누기만 해도 짐승들은 무서워서 땅에 엎드렸고, 새들은 공중에서 내려올 정도였다.

비위(飛衛)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감승의 제자였는데, 마침내 스승의 경지를 넘어서는 궁술을 터득할 수 있었다.  그 비위에게 어느날 기창(紀昌)이라는 사람이 찾아와서 궁술을 가르쳐 줄 것을 부탁하였다.

이에 비위는 말했다.

"궁술보다 앞서서 익혀야 할 것이 있소.  궁술의 달인이 되려면 먼저 눈을 깜박거리지 않는 훈련을 해야만 하오."

기창은 그 말을 듣고 집으로 돌아가 자기 아내가 비단을 짜는 베틀 밑에 누워서 베틀북이 왔다갔다 하는 것을 보며 눈을 깜박이지 않는 연습을 했다.  그런 지 2년이 지나자 기창은 누가 송곳 끝으로 자기 눈을 찌르려고 해도 눈을 깜박이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기창은 비위에게 찾아가서 물었다.

"자, 이만하면 궁술을 배울만 하겠습니까?"

그러나 비위는 이렇게 말했다.

"그 정도로는 안된다오.  눈을 깜박이지 않게 되었으면 그 다음에는 보는 법을 익혀야 하오.  작은 물건을 크게 보고, 희미한 물건을 또렷하게 보아야만 궁술의 달인이 될 수 있는 법이오.  그게 되거든 다시 내게 오시오."

이 말을 듣고 집으로 돌아온 기창은 다시 연습에 몰두했다.  그는 가느다란 털오라기로 이(虱) 한 마리를 창문에 매달아 놓고 그놈을 매일같이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런 훈련을 한 지 열흘이 되자 이가 점점 크게 보였다.  그리고 3년이 되자 이는 차바퀴 만큼이나 크게 보였고, 그렇게 되면서 이가 아닌 다른 물건들도 큰 언덕이나 높은 산처럼 잘 보이게 되었다.

이렇게 된 다음에 그는 활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활을 들어 시위를 당겨 이를 쏘았다.  화살은 이의 심장을 꿰뚫었다.  그런데도 이는 머리카락에 달린 채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 뒤에 기창은 비위를 찾아갔다.

"자, 이젠 이만하면 되겠지요?"

비위는 기창의 이야기를 다 듣고는 감격하며 이렇게 칭찬하였다.

"그대는 마침내 내 궁술의 묘리(妙理)를 터득했구려!"

그런데 뒤에 기창은 스승에게 오만한 생각을 일으켰다.  그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자, 이제 나를 대적할 사람은 이 세상에 스승 비위 한 사람뿐이다.  내 스승을 처치해 버리면 나는 천하에 제일가는 궁술가가 된다."

며칠 뒤에 그 두 사람은 넓은 들판에서 만나게 되었다.  기창은 스승을 향해 활을 겨누었다.  비위는 기창의 뜻밖의 행동에 놀랐으나, 그 또한 궁술의 달인이었으므로 번개같이 활을 들어 화살을 먹였다.  그리고 두 사람은 동시에 활시위를 놓았다.  두 대의 화살은 제자와 스승을 향해 날아갔다.  그러나 두 화살은 가운데서 서로 촉끼리 부딪쳐 땅에 떨어져 버렸다.

두 사람은 연달아 다음 화살을 날렸다.  그러나 그 화살들도 모두 공중에서 부딪쳐 땅에 떨어졌다.  땅에서는 먼지 하나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비위 쪽에서 먼저 화살이 다 소모되었다.  기창은 절호의 기회라 생각하고 재빨리 화살을 날렸다.  비위는 다급한 김에 재빨리 길에 떨어져 있는 나뭇가지 하나를 주워서 시위에 먹여 날렸다.  화살과 나뭇가지는 또 땅위에 떨어졌는데, 전과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마침내 기창은 자기의 마음을 뉘우치게 되었다.  두 사람은 활을 내던지고 울면서 서로 부둥켜 안았다.  그러고나서 그대로 길바닥에 엎드린 채로 아버지와 아들의 의(誼)를 맺었다.

                                                                                        - <열자>

댓글 작성

히스토리

키쉬닷컴 일기장
  • 일기장 리스트
  • 맞이꽃 610
    일기장 메인 커뮤니티 메인 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