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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바라기
글쓰시고 싶으신 분 아무 분이나 남기세요.그런데, 너무 무미건조할까봐 미리부터 걱정되네요. ^^*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것은 당연한 일

맹상군이 사람 사귀기를 즐겨하여 많은 선비들이 그 곁에 모여들었으나 마침내 제나라 왕이 그를 파면하자 그들은 모두 맹상군에게서 떠나갔다.  제왕은 맹상군에게서 떠나간 사람들을 불러 돌아오게 하고, 풍환(馮驩)으로 하여금 그들을 맞게 하였는데, 이 풍환으로 말하면 역시 맹상군 밑에서 활약하던 사람이었다.

아직 사람들이 도착하지 않고 있는데, 맹상군이 풍환에게 탄식하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항상 손님 치르기를 좋아하여 실수가 없었으며, 내 집의 식객이 3천이나 되었던 것은 선생께서도 잘 아시는 일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번 파면되고나자 그 빈객들은 다 나를 버리고 가버렸습니다.  이제 나는 선생의 도움으로 겨우 지위를 회복하기는 했으나, 그들은 무슨 면목으로 나를 볼 수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만약 그들 중에 다시 내 곁에 다가오는 자가 있다면 나는 그 얼굴에 침을 뱉고 말겠습니다."

그러자 풍환은 말고삐를 매어놓고 수레에서 내려와 맹상군에게 절을 하였다.  맹상군도 풍환에게 절을 하고나서 물었다.

"풍선생은 그들을 대신하여 내게 사죄라도 하시는 겁니까?"

풍환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지금 군(君)께서 실언을 하시기에 그것을 지적해 드리려고 그러는 것입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사물에는 반드시 그렇게 되는 것이 있고, 본래부터 그런 것이 있다는 것을 군께서는 아시는지요?"

"제가 어리석어서 잘 알지 못합니다."

풍환은 말했다.

"살아있는 것이 반드시 죽는다는 것은 사물의 이치입니다.  그런가하면, 부귀하면 선비가 구름같이 모여들고, 빈천해지면 벗들이 적어지는 일은 본래부터 그러한 이치입니다.  군께서는 아침에 시장에 몰려가는 사람들을 보지 못하셨습니까?  그들은 서로 어깨를 비비며 문으로 들어갑니다.  그렇지만 해가 지면 시장을 지나가는 사람들이라도 팔을 저으면서 시장이 섰던 그쪽은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그것은 아침에 시장을 좋아하고, 저녁에는 시장을 싫어해서가 아닙니다.  아침에는 시장에서 기대할 것이 있었으나, 파장이 된 다음에는 시장에서 기대할 것이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보십시오.  지금 군께서 지위를 잃으시니 군의 빈객들이 다 군을 버리고 떠나갔습니다.  이것은 생각해보면 본래부터 당연한 일입니다.  이것을 가지고 현명치 못한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떠나간 사람들을 함부로 원망하여 다시 빈객이 찾아올 길을 끊는다는 것은 부족한 행위라 하겠습니다.  저는 군께서 예전과 아무 다름없이 그 빈객들을 맞이하시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맹상군이 이 말을 듣더니 풍환에게 두 번 절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공손히 명에 따르겠습니다.  선생의 이러한 말씀을 듣고서야 어찌 그를 따르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 <사기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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