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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바라기
글쓰시고 싶으신 분 아무 분이나 남기세요.그런데, 너무 무미건조할까봐 미리부터 걱정되네요. ^^*
어떤 노인의 시비 초월법

어떤 노인 한 사람이 있었는데 성격이 원만하여 좀체로 시비에 말려들지 않았다.

어느날 사람 하나가 급히 달려오더니 노인에게 말했다.

"오늘 아침에 남산이 다 무너졌으니 큰일입니다!"

노인은 말했다.

"그럴 테지.  몇만 년이나 된 산이니 비바람을 많이 겪었을 터, 무너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그러자 그 옆에서 노인의 말을 듣던 사람이 분연히 반박하였다.

"아무리 산이 늙었다고해서 무너질 수가 있단 말이오?"

노인이 얼른 그에 동조하였다.

"당신 말도 옳겠소.  산이란 위는 뾰족하고 밑은 넓으며 바위가 서로 엉켜 있으니 무너질 리가 없지."

다른 때 어떤 사람이 급히 와서 노인에게 말했다.

"참 괴이한 일도 다 있습니다."

"무슨 일인데 그러시오?"

"소가 쥐구멍으로 들어갔다니 어찌 괴이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노인의 말이 걸작이다.

"그럴 수가 있을 거야, 아마.  소의 성품이라는 것이 애당초부터 우직하니까 비록 쥐구멍이라고 해도 돌진할 수 있고말고."

이런 말에 답답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옆에 있던 사람 하나가 반박했다.

"어디 그런 이치가 있소?  소가 아무리 우직하기로 어떻게 쥐구멍에 들어간단 말입니까?"

이에, 노인이 자기 의견을 금방 번복했다.

"역시 그렇지?  소는 두 뿔이 있으니까 그것이 거추장스러워서라도 작은 구멍에는 들어갈 수 없겠지?"

 사람들이 노인에게 마구 면박을 퍼부었다.

"영감님.  도대체 무슨 얘길 하시는 겁니까?  이것도 옳다, 저것도 옳다!  대체 어쩌라는 얘기죠?"

노인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이것이 이 늙은이가 편안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오.  난 이렇게 하여 내 마음에 뿔이 나는 것을 경계한다오."

                                                                - 한국 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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