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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바라기
글쓰시고 싶으신 분 아무 분이나 남기세요.그런데, 너무 무미건조할까봐 미리부터 걱정되네요. ^^*
진정한 황제

인도의 위대한 황제였던 악바르.  그는 창조적인 사람들에게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의 궁전에는 나라 안에서 가장 훌륭한 시인과 현자들, 가수, 음악가, 무용수들이 모여 있었다.  그의 궁전은 역대 어느 황제 때보다도 풍요로움을 자랑했다.  악바르의 궁전 악사는 탄센이라는 사람이었다.  탄센은 당대 최고의 음악가로 인정받고 있었다.  그의 음악은 마술이었고, 최면과 같은 힘을 지니고 있었다.  악바르는 매일 그의 음악을 들으면서도 끝도 없이 더 듣고 싶었다.  그런 어느 늦은 밤, 탄센이 연주를 마치고 떠나려는데 악바르가 말했다.  "탄센, 지금까지 말하지 않았지만 한 가지 생각이 자꾸 떠오른다.  나는 그대보다 더 나은 음악가가 세상에 있으리라곤 상상할 수도 없다.  그렇지만......  나를 용서하기 바란다.  이런 생각을 좀체 지울 수가 없다.  만일 그대의 스승이 살아 있다면......  나는 그를 만나보고 싶다.  그대에게 음악을 가르친 사람이라면......  그대보다 더 훌륭한 음악가일 수 있지 않은가?  그대보다 더 훌륭한 음악가가 있으리라곤 상상조차 하기 힘들지만......."  탄센이 말했다.  "제 스승은 살아 있습니다.  폐하께선 상상하시기 힘들겠지만 저는 제 스승의 발 밑에 있는 먼지에 불과합니다.  제 스승과 저를 비교한다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악바르는 크게 흥분했다.  "그를 궁전으로 초대하라.  우리는 그를 크게 환영할 것이고, 충분한 대가를 지불할 것이다.  큰 축제가 벌어지리라."  탄센이 말했다.  "그것은 힘든 일입니다.  스승은 수행자이기 때문입니다.  그의 이름은 하리다스인데, 강가의 조그만 오두막에 살고 있습니다.  스승은 자기 안에서 자발적으로 흘러나오지 않는 한 결코 노래와 연주를 하지 않습니다.  요구한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폐하께서 진정으로 듣고 싶으시다면 방법은 있습니다."  악바르가 다그쳐 물었다.  "어떤 방법인가?  빨리 말하라."  탄센이 말했다.  "새벽에 스승의 오두막 옆에 숨어서 기다리는 것입니다.  새벽 세 시쯤이면 스승은 자리에서 일어나 강물로 목욕을 한 다음 지혜의 여신상 앞에서 연주를 합니다.  폐하께서는 오두막 옆의 나무 뒤에 들키지 않도록 숨어 계셔야 합니다.  누군가가 엿듣는 것을 눈치채면 스승은 노래와 연주를 그만둘지도 모릅니다.  스승은 미친 사람입니다!"  악바르는 너무나 흥분해서 말했다.  "오늘 밤 당장 그곳으로 가자.  그대는 집으로 가지 말고 여기서 자도록 하라.  새벽에 나와 함께 가자."  인도 대륙을 지배하고 있던 위대한 황제는 어둠 속으로 음악을 들으러 갔다.  마치 도둑처럼.  황제는 마침내 그의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황제 곁에서 지켜보고 있던 탄센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황제의 두 눈에서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흐르고 있지 않은가?  그것은 기쁨과 환희의 눈물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악바르가 탄센에게 말했다.  "탄센, 그대의 음악이 마술이라면 하리다스의 음악은 하나의 기적이네!  그렇게 큰 차이가 나는 까닭이 무엇인가?  지금까지 난 그대보다 훌륭한 음악가는 없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지금은 그대가 너무 초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대의 스승인 그 가난한 수행자는 너무나 오묘하고 이해하기 힘든 무엇인가를 품고 있다.  그의 음악은 나의 생각을 그냥 멈추게 했다.  나는 시간의 흐름마저 까맣게 잊어버렸다.  나는 내가 황제라는 사실조차도 잊고 있었다.  그 얼마 안되는 순간은 위대한 순간이었다.  나의 삶에서 가장 위대한 순간이었다.  그런데 그대가 그와 같은 경지에 오르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탄센이 말했다.  "그것은 매우 간단한 이치입니다.  제가 노래하고 연주하는 것은 폐하로부터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거지입니다.  제 안에는 탐욕이 있습니다.  저는 음악을 팔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무엇인가를 원하기 때문에 노래합니다.  그러나 스승은 무엇인가를 갖고 있기 때문에 노래합니다.  스승은 황제입니다.  스승의 노래는 굶주린 탐욕이 아니라 가슴의 충만함에서 우러나오는 것입니다.  스승의 음악은 꽃에서 향기가 흘러나오듯이 충만한 사랑과 기쁨에서 우러나오는 것입니다.  그 외에 다른 까닭은 없습니다.  스승의 음악은 파는 게 아닙니다.  그것이 그토록 엄청난 차이를 만듭니다.  저는 스승의 모든 기술을 전수받았습니다.  저의 기술에는 조금도 결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저의 가슴은 공허합니다.  저는 스승과 같은 황홀경을 맛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스승은 다릅니다.  스승은 완전히 미친 사람입니다.  스승은 황홀경에 흠뻑 취해 있습니다.  스승의 음악은 어떤 노력이나 기술에 의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흘러나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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