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tory of Challenge
글쓰시고 싶으신 분 아무 분이나 남기세요.그런데, 너무 무미건조할까봐 미리부터 걱정되네요. ^^*
코를 자른 사람들
2024-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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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바라기
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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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남자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가정을 가진 그는 늘상 귀가 시간이 늦었는데, 그래서 부인은 틈나는 대로 그에게 말하곤 했다.
"나는 당신이 어디에 가는지 알고 있어요. 왜 집에 들어오는 시간이 늦는지 알고 있어요. 언젠가는 반드시 후회할 거예요."
그러나 그는 부인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그는 사창가에 드나들고 있었다.
하루는 부인이 무지하게 화가 나 있었다. 인내가 다했던 것이다. 그녀는 칼을 준비해 두었다가 남편이 들어오자 그의 코를 싹둑 잘라 버렸다.
남편이 놀라 소리쳤다.
"당신 미쳤나? 난 이제 어떻게 살라고? 사람들한테 뭐라고 설명하지?"
부인이 말했다.
"그건 당신 문제예요. 이제껏 받은 고통만으로도 난 충분해요. 이젠 당신 차례예요!"
정말 당혹스런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는 생각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물을 것이다. 내 코가 어떻게 된 거냐고. 차라리 여기를 떠나는 게 나을 것이다. 그러나 어디를 가도 문제는 여전히 남을 것이다. 사람들은 똑같은 질문을 던질 것이다.'
그는 철학과 종교에 조금은 관심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는 궁리 끝에 마침내 방법을 하나 찾아냈다. 그는 일단 밤을 틈타 다른 도시로 도망갔다.
다른 도시로 간 그는 그럴 듯한 나무를 찾아 그 밑에 가부좌를 틀고 눈을 지긋이 감은 채 앉아 있었다. 그러자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그는 뭔가 특별한 데가 있는 성자처럼 보였다. 비록 코가 없는 얼굴이지만 붓다처럼 나무 밑에 앉아 있지 않은가?
이윽고 어떤 사람이 용기를 내어 말했다.
"당신은 새로 오신 분이시군요. 우리 마을에 당신처럼 훌륭하신 성자를 모시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사람들이 보기에 그는 너무나 고요한 침묵에 잠겨 있었다.
마침내 그가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나는 신을 발견했노라."
사람들이 물었다.
"아, 신을 발견하셨다고요? 부디 우리를 제자로 받아주십시오."
그가 말했다.
"좋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그대들의 코를 잘라내지 않는 한... 코는 장애물이다. 일단 코를 잘라내기만 하면 네 앞에 신이 계신 것을 보게 되리라."
하지만 그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거듭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코를 잘라낸다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세상 어디든 바보는 있기 마련이다. 어떤 자가 성큼 나서서 말했다.
"좋습니다. 저는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기꺼이 제 코를 잘라내겠습니다."
바보는 성자 옆에 앉아서 자신의 코를 주저없이 잘라내었다. 그리고 사방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신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가 물었다.
"신이 안 보이는데요? 신이 어디에 있지요?"
스승이 대답했다.
"신? 그런 건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건 코를 자르는 것과 아무 상관도 없다. 그러나 그대가 만일 신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사람들이 그대를 비웃을 것이다. 그대가 바보 천치이며 괜한 코만 잃어버렸다고 놀려댈 것이다. 그러니 사람들한테 가서 이렇게 말하라. '이건 정말 간단하면서 굉장한 방법이다! 코가 잘려나가는 순간, 신이 내 앞에 계신 것이 보였다!'고."
그가 아무리 바보라지만 스승의 말을 따르는 것이 이 난처한 상황에서 자신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임을 알 수 있었다.
스승이 말을 덧붙였다.
"이것이 바로 내가 처한 상황이기도 하다. 나도 그대와 똑같은 상황에 빠진 것이다. 나는 신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른다. 그러나 그대는 어디까지나 나의 수제자, 첫번째 제자이다. 우리는 곧 많은 사람들을 제자로 끌어들일 것이다. 그러니 자, 용기를 내라."
수제자는 정말 용기를 내어 사람들한테 외치기 시작했다.
"나는 이제껏 신을 찾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지만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스승님께서 그 열쇠를 쥐고 계십니다. 단지 코를 희생하는 것만으로 즉시... 마치 커튼이 열리는 것처럼 내 앞에 신이 계신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 나는 지금 신을 보고 있습니다!"
그가 마치 기쁨을 어쩌지 못하겠다는 듯 춤을 추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우리는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어떤 경전에도 그런 말이 적혀 있지 않다. '코를 잘라라. 그러면 신을 볼 것이다'라는."
그러나 코를 자른 그 사람은 그 마을의 토박이였다. 때문에 사람들은 그의 말을 의심할 수만은 없었다.
그는 스승 옆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사람들이 하나 둘 찾아오기 시작했고, 얼마 안가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다. 방법은 똑같았다. 스승은 그들을 한 사람씩 앉히고는 코를 자르게 했다. 그리고는 사실을 말해 주었다.
"신은 문제가 아니다. 이제는 이 난처한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그대 자신을 지키느냐 하는 문제만 남아 있다. 물론 그대는 자유이고, 사실을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대가 만일 그렇게 한다면 사람들의 놀림감밖에 안될 것이다. 반면에 내 말대로 한다면 그대는 위대한 성자로 존경받을 것이다. 여기 나의 제자들이 존경받는 것처럼...."
이 일은 전염병처럼 퍼져 나가서 코를 자른 사람들이 수백 명에 달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저마다 그들의 발을 만지며 존경을 표시했다. 사람들은 그들을 집으로 초대하여 음식을 대접하고 옷을 선물했다. 이 소문이 급기야는 왕의 귀에까지 닿았다. 왕은 종교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진 사람이었다.
"나는 그런 얘기를 들어본 적도 없고, 읽어본 적도 없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거짓말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만일 그런 사람이 한두 명밖에 안 된다면 뭔가 의심스러울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나라의 수도에서만도 수백 명이 신을 보고 있지 않은가? 순전히 코를 간직하기 위해서 신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는 건 아무래도 옳은 일이 아닌 것같다. 나도 가서 코를 자르겠다!"
그래서 왕은 대신에게 말했다.
"언젠간 죽어야 할 목숨인데, 그때는 코뿐만 아니라 모든 게 죽어 없어질 것이오. 그러니 코를 잘라내는 것만으로 신을 볼 수 있다면 분명 가치있는 일이 아니겠소. 나도 코를 자르겠소!"
대신은 매우 지혜로운 사람이었다. 그가 왕에게 말했다.
"좋습니다. 하지만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서두르실 필요는 없습니다. 내일 하신다 해도 늦지 않습니다. 먼저 제가 직접 어찌된 일인지 알아보겠습니다."
대신은 일단 그 위대한 스승을 초청했다. 그는 이제 신에게로 가는 지름길을 발견한 위대한 스승이 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그가 발견한 길보다 빠른 지름길이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도 없었다.
위대한 스승은 매우 흐뭇했다. 그는 왕궁에서 어떤 방으로 안내되었는데, 그곳엔 건장한 네 명의 무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긴 했지만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알 수는 없었다.
대신이 엄한 어조로 말했다.
"이제 사실을 털어놔라. 그렇지 않으면 이 무사들이 너를 가만 두지 않을 것이다. 너는 뼈다귀 하나 제대로 건지지 못할 것이다."
그제서야 상황을 알아챈 그가 덜덜 떨며 말했다.
"사실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제 코를 이렇게 자른 건 제 처입니다. 저는 신을 보지 못합니다. 그러니 제발 저를 때리지 말아 주십시오. 고문하지 말아 주십시오. 저는 당장 이곳을 떠나겠습니다."
대신이 물었다.
"하면, 네 제자들은 어떻게 된 거지?"
그가 얼른 대답했다.
"그들도 물론 신을 보지 못합니다. 그러나 일단 코를 자르고 나면 성자가 되느냐, 아니면 바보가 되느냐 사이에서 택일을 해야 합니다."
대신은 그를 데리고 왕에게 가서 자초지종을 얘기했다. 사실을 알게 된 왕이 말했다.
"맙소사, 어제 코를 잘랐더라면 나도 신을 볼 뻔했군. 성자가 될 뻔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