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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래니
나를 아는 사람에게는 할 수 없는 이야기
짧은 연애

결혼을 전제로 사귀었던 사람이 말 없이 사라지고,

외로움에 흔들렸던 아이가 내 가장 친한 동생과 바람이 나서 떠나고

그렇게 연타로 상처 받은 후에

1년 반이 넘게 홀로 지냈다.


혼자인게 좋고,

혼자인게 편하고

혼자인게 덜 무섭고

혼자인게 자유롭고

혼자인게 아프지 않았다.


혼자서 밥도 먹고

혼자서 영화도 보고

혼자서 뮤지컬도 보고

혼자서 책도 읽고

혼자서 글도 썼으며

혼자서 여행도 떠났다.


그렇게 혼자인게 좋고

혼자인게 익숙해지다가

이제는 누군가를 만나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그때 오빠를 만났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설렘

다시는 없을 줄 알았던 떨림

맞잡은 손이 따뜻했고

포근하게 안아주는게 위로가 됐다.


그렇게 만나고

그렇게 좋아하게 됐는데

짧은 연애가 끝나버렸다.


사귈때까지는 좋았는데,

막상 사귀게 되니 너무 달랐다.

식성도 나와는 너무 달랐고

취미도 달랐고

나는 치열하게 살아봤고, 열정이 있는 사람이 좋은데

오빠는 안주하는 삶을 꿈꿨다.


나를 배려한다고 내가 연락해서 만나자고 할때까지 기다렸고

막상 만나면 "뭐할까? 뭐먹을까?"라며 내게 물어봤다.


그런데 난 그게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났다.

명색이 데이트인데 모든걸 나에게 묻는 모습에 화가 났고 지쳤다.

그래서 화도 냈고 울기도 했다.

그리고 오빠가 변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미 지친상태에서 말했기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이기적이라 그런건지

오빠는 변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난 여전히 내 일이 먼저가 되어버렸고, 다시 오빠를 방치하게 됐다.


만나면 좋기는 한데,

만나지 않는 동안 오빠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생각을 하면 부담으로 다가왔다.


난 결혼할 생각도 없는데

오빠는 나를 만나면서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일주일에 많아야 두어번 만나는 연애

만나는 동안만 즐겁고, 계속 방치되고 부담스러워하는 연애

결국 시간이 지나 결혼생각이 없는 나로 인해 헤어지게 된다면

차라리 오빠와 헤어지는게 나을거라 생각했다.


나와 빨리 헤어지면

오빠를 그렇게 방치하지 않고

오빠와 결혼도 할

오빠에게 맞추라고 하지않아도 잘 맞는

그런 여자를 만날 수 있고

난 오빠가 날 기다리지 않으니 부담되지 않으니까.

어차피 난 오빠보다 내가 더 중요하니까,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자리를 잡아야 하니까


그래서 어떻게든 나와 맞춰보려는 오빠에게 헤어지자고 했다.

안될것 같다고...

오빠는 헤어지기 보다 문제를 해결해보고 싶어했지만

결국 답이 없다는 결론에

잘가

라는 말을 남기고 가버렸다.


오빠를 안좋아해서 헤어질 결심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헤어지고 나니 내가 오빠를 많이 좋아했던 것 같다


친구들에게 오빠의 답답한 모습을 험담하면서

그럴거면 헤어져

라는 이야기만 계속 들어서

막상 헤어진 후 오빠가 보고 싶다고

눈물이 난다고 말 할수도 없다.


내가 10년만 아니 5년만 어린 나이였다면

힘들어도 시간이 걸려도 맞춰보자고

함부러 이별 얘기 꺼내서 미안하다고 하고 다시 만나보고 싶은데


이젠 그럴 수가 없다.

함께 하는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 상대에게

특히 결혼을 하고 싶어하는 상대에게

연애만 하자며 시간을 함께 하자는 것은 잔인한 짓이다.


이래서 나이가 들면 연애를 하기 힘들어지는 구나 싶다.

철나라
2017-01-26 07:46:05

참 쉽지가 않네요.
결혼 상대가 아닌 연애 상대를 찾아 보거나
아니면 그냥 부족한 상태에서 결혼을 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네요.
머래니
2017-01-31 06:21:10

완벽한 상태로 결혼하는 사람은 없다지만, 전 진짜 지금은 때가 아니라 생각해요.
친하게 지내는 언니한테 헤어졌다니까 그언니가 그러더라구요.
바쁜 연하를 만나.
라고.... 굳이 연애를 하고싶다면 그게 나을듯도 싶네요.
근데 요즘은 엄기준 배우 빠순이 놀이 혼자하면서 외로움 달래는 중입니다. 엄한놈 안괴롭히려구^^;;
오륜스카이
2017-02-01 08:55:11

직전 만났던 남자분께서 데이트시 주도적이지 못한 모습 뭘 할까? .. 모습은 여자 입장에선 당연히 답답한 모습이었을것 같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장점과 단점이 있듯이 적은 나이가 아니라면 이젠 한 사람을 사랑할때 그사람의 단점 보다 장점을 좀 더 생각해서 만나보심이 어떨런지요..나이가 들어도 충분히 멋진 연애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럴수록 급하게 만나기보다는 신중히 잘 만나시길 바래요
머래니
2017-02-02 19:35:40

제가 다급하다보니 여러가지 장점을 찾기보다는 쉽게 보이는 단점을 먼저 본것 같아요.
그래서 한동안은 제가 스스로 여유를 찾을때까지는 홀로 지내보려구요.
그래도 누군가를 좋아하지 않으면 뭔가 외로울 것 같으니 빠순이 놀이라도 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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