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화츈
꾸준함

삼성 에버랜드에서 푸는 인력은 삼성건설쪽의 사람들이고 삼성건설에서 잡부들을 고용해 부려먹는다. 그 잡부중엔 내가 있었고, 젊은 나이에 그 광경은 생각보다 새로웠다. 그곳에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이 메가리가 없었지만 유독 독특해보이는 사람 몇명이 있었다.

 

봉수아저씨는 그중에 단연 으뜸이었다. 같은 7만원을 받아가지만, 그는 꾸준하면서도 확고한 철학을 지닌 아저씨였다.

 

그와의 만남은 내가 편의점 알바를 했을때 부터였다. 숨만 쉬고 바코드만 찍던 시절 아저씨는 저녁 일곱시만 되면 1400원 짜리 장수막거리를 드시러 편의점에 들르신다. 나는 종이컵 하나를 드리고 막걸리 한잔하시면서 하루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신다.

 

그저 맨 처음엔 특이한 양반이라 느껴졌지만, 그는 죽전역 풍덕천사거리 신영인력이라는 곳에서 일을 하시는 분이셨고 내가 노가다판에 뛰어든 계기가 되었다. 그냥 밑바닥의 돈을 한번 벌어보고 싶다? 하루하루 그 일을 본업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에게는 정말 예의 없는 말이나, 그때 나의 생각은 오직 그 뿐이었다. 단연 그는 돋보였고, 그 바닥안에서도 꾸준함 만으로 소장님에게 신뢰를 얻고 있었다.

 

오늘따라 그 아저씨가 보고싶다. 열심히 몸을 움직여 땀을 흘리고 먹었던 점심, 일을 다끝내고 에버랜드에서 빠져나와 그날 일당을 받아가는 그 즐거움. 그립구나,

 

훈련소에 나갔다와서도 노가다를 몇번 뛰었지만 그렇게 해서 돌아오는건 7만원뿐, 지금 어디갔는지 흔적도 없이 사라진그때의 돈. 그렇게 돈만 벌 궁리만 계속하던 풋내기 꼬맹이가 어느세 조금은 철이 들었나보다.

 

오늘도 꾸준히... 벌써 국사 강의는 반이 넘었고 3번째 영어 강의는 1/4정도 마무리가 되었다. 꾸준하게 모든걸 다 마무리 짓자... 공사판의 봉수아저씨 처럼

 

엄마는외계인
2012-01-19 13:02:39

아,,그런 인연이,,있져,,스쳐 지나가는 인연이라도 한번씩 생각나는..^^

그래도 이리저리 알바도 하고, 막노동도 하고,,,착실한 청년이시네요 ㅋㅋ
전 학교 다니면서 알바란걸 해 본적이 없어요,,
통근 시간만 하루 4시간에,, 전문대라 오후 5시까진 꽉 찬 수업,,
이론, 실습에, 2학년 되면 졸업작품 바로 들어가고 ㅋㅋ 대학이 아니라
직업 전문학교 같았어요,,
화츈
2012-01-19 14:19:59

아~
그래도 학생때는 알바보단 학업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통학을 없애버리게요 기ㅋ숙
복학하면 ^^ 안할수있으면 안하는 방향으로 전 생각하고 있답니다.
꿀벌
2012-01-19 13:56:13

글이 수필같아요 참 잘쓰시는듯ㅋㅋ
화츈
2012-01-19 14:11:24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따뜻한 관심의 댓글도요 ㅋㅋ
댓글 작성

일기장 리스트

튜닝의 끝은 순정. 반복의 미학 속으로 476 여행 1

히스토리

키쉬닷컴 일기장
일기장 메인 커뮤니티 메인 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