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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츈
사람 사는 거 별거 없다

 나른나른한 어제 저녁 12시에서 1시쯤이었나 으슬으슬 몸도 아프고 피곤하여 그저 일찍 잠이 들었다. 자고 일어나니 12시. 아침같은 점심을 먹고 정신을 차리니 폐인 같이 앉아서 티비 앞에 앉아 있었다. 엄마 동생 나, 마치 광합성 식물마냥 계속 멍때리고 티비만 바라 보았다. 그러다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나가서 뛰어 놀까?' 언제 부턴가 머릿속에 아른거리던 나만의 장소. 자전거를 타고 탄천을 따라 쭉 가다보면 서울공항이 보인다. 그 공항 활주로 옆에 나무 두 그루가 있는데 그 푸른 모습이 어찌나 좋던지. 비록 지금 몸이 말은 안들어도 마음만은 가벼워 두세시가 넘어서야 헐값에산 카메라와 자전거 키를 챙겨 1층으로 내려갔다.

 뿌옇게 먼지를 먹은 자전거. 옆에 수선함에 놓여있던 담요를 가져와 의자를 닦았다. 역시 있는 듯 없는 듯 깊숙히 짱박아 놓은 덕분에 내 자전거는 그대로 먼지만 먹고 가만히 있었다. 친구랑 술을 한 가득 마시고 수내역에서 길을 가는데 안경집 앞에 놓여있던 자전거. 친구랑 실랑이 끝에 자전거를 차지했고 수내역에서 이매역까지 자전거를 타고 집에 갔던 기억. 알고보니 자전거는 뒤에 바퀴가 있었고. 무식하고 용감한 나는 바퀴 힐이 아스팔트에 찍힘에도 불구하고 쿨하게 씹고 꽐라상태를 유지하며 집에 갔었던 것. 참 무식하고 그저그런 닝닝한 이야기일세 하며 자전거에 올라 약속된 그 장소를 향해 페달을 밟았다.

 길을 가던 중 꽃보다 남자 F4중 구혜선에게 했던 말이 생각났다. '하얀천과 바람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어.' 그럼 나는 '싸구려 dslr이랑 길가다 줏은 자전거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어'랄까? 조금 구질구질하지만 당당한 이야기.

 이어폰엔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나의 영혼 물어다줄 평화시장 비둘기, 먼지를 먹고 폣병이 든 소녀는'... 가삿말 속에 60년대 고생한 사람들 계속 거슬러 올라가 오늘을 만든 그 년도 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참 조선을 위해 고생한 양반이 많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최근 북한에 관련된 뉴스가 떠올랐다.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aid/2012/02/29/7129105.html?cloc=olink|article|default

 표창결혼... 자세히는 안봤지만 수용소안 모범수들중 대표를 뽑아 5일동안 남녀 합방을 시켜 애를 낳게 한다는데 중요한건 관음증 걸린 북조선 동무들이 아니라 그렇게 해서 태어난 베이비가 어른이 되어 탈북하는데 성공을 했다. 그가 살아온 배경엔 탈출을 시도한 형과 엄마를 본인이 직접 고발했고, 그는 탈출에 성공한 것. 그의 인생이 느낀 감정이 손가락으로 셀 수있을 정도로 몇 가지 없다. 정신적으로 고문을 당한 것이다. '이렇게 감정의 기록을 적고 있는 나는 얼마나 해피한가'하는 생각과 함께 페달을 밟고 또 밟았다.

 탄천 안에 얼마나 바글바글한지 그러면서도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하늘을 바라봤다. 맑은 하늘 구름도 적당히 있고 먼지도 적당히 있고. 마스크 가져오길 잘 했다. 중국에서 황사가 조선을 덮기 전에 신나게 밖에 나가서 뛰어 놀아야지!

 그렇게 한 발짝 두 발짝 앞으로 나가는데 서울공항도 보였고 어느덧 내가 자주 가던 그 장소에 도착을 하였다. 벌거 벗은 산, 어쩜이래 나뭇잎 하나 없는지, 날짜는 더럽게 잘 잡은 것 같았다. 하긴 아직 봄을 기대하기는 이른 시기겠지. 그 앞에서 얼쩡거리고 활주로도 봐주고 하다가 400d를 꺼내 들어 찰칵찰칵. 내 카메라 메모리카드에 담았다. 인간의 소유욕을 이루게 해주는 이 카메라. 실속있어 좋다. 자전거에 귀엽게 장갑을 꽂아보고 찍기도 하고 세로로 찍기도 하고 가로로 찍기도 하고 계단으로 올라가서 찍어보기도 하고. 그곳에서 참 많은 생각과 이야기를 했는데, 담배도 많이 태우고. 나무앞에서 '금연을 하리!' 하면서 당당하게 '이게 마지막 담배야!' 하고는 당당하게 나무 밑에 꽁초를 버리고 집애 갔던 구질구질한 추억. 그런 구질이가 이렇게 당당하게 살고있다네. 그 주변을 계속 보고 사람들을 멍하니 보다가 '이제 재미 없다'싶어 자전거를 타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면서 생각 난 글귀. '사람 사는거 별거 없다.' 공무원님들도 퇴근하고 헬스하고 필라테스하고 남자 만나고 여자만나고 회식하고 놀러 다니고 자기 공부하고, 계약직 분들도 퇴근하고 헬스하고 필라테스하고 남자 만나고 여자만나고 회식하고 놀러 다니고 자기 공부하고, 나님도 공부하고 헬스하고 혼자 여행다니고 사진찍고 혼자 심취하고 혼자 생각하고 혼자 추억하고. 뭐 엄청 대단한 인생들을 사는 건 절대로 아닌 것 같다. 그냥 막상 비교해보면 도토리 키재기. 그냥 깝죽대는 도톨이들일 뿐. 자기 일에 프라이드 느끼는 도토리, 지긋지긋한 도토리 늘 귀찮은 도토리, 혼자 노는 도토리, 자존심 쌘 도토리. 허허 요즘 잘나가는 코미디 프로그램 말대로 '개나 줘버려'

 그렇게 혼자 잘~ 놀고 집에 가는길 친구 놈 한테 전화가 왔다. '다른' 삼수생. 그렇게 잘생기신 우리 삼수생님도 돈이 없어 집에만 콕하니 쳐박혀 있었다. '역시 도토리 키 재기' 도서관에 오면 밥이나 먹자하고 끊고 집에 들어가 어제 부터 달아오르는 열기를 가라앉히려 샤워를 하고 집에 앉아 영화를 받았다.

 '똥파리' 영화 평론가도 아니고 영화를 아주 잘 아는 사람도 아니지만 그저 나만의 틀이 있고 내 방식이있다. 난 그런 실제적인 영화가 참 좋다. 뭐 여튼 이쯤으로 줄이고,

 3월1일 예상한데로 물 흘러 가듯이 내 행동을 비교했을때 이 정도면 괜찮다 싶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과 내 주제를 파악하고 11시에 잠이 들려고 한다. 내일 하루만 일하면 이 틀 쉬는 건가. 계획했던 계획서들을 다시 찢어버리고 다시 작성해야지. 하루 신나게 놀았다. 혼자였지만? 그저 내 자유만 허락되면 이 것으로 만족한다. 혹시 아나. 지금도 북조선 수용소에 모범수 중 한쌍이 관음증 걸린 우리네 동무들의 강요에 애를 만들고 있을지. 그저 내 자유가 있는 것에 감사하자. 위 아래 비교해 보면 그저 도토리 키재기려니.

 하루가 이렇게 가네요. 3월 2일 부터는 나도 마음만은 신입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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