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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츈
운동화

 쿠차에서 루나 글라이드3 '비슷'한 것을 샀다. 역시 히트친 하나의 디자인을 알게 모르게, 혹은 대놓고 카피하는, 어디서 부터 모방이고 어디서 부터 정당한 창조인지 알 수없는 사회에 운동화도 피할수는 없는 노릇이다.

 옛날에 아주 조금 된 옛날에 우리 아버지, 어머니 고등학교 시절에도 나이키,아디다스와 같은 메이커 운동화, 가방등이 있었다. 내가 중2때도 애들이 나이키 마크 그려져있는 헬스 가방마냥 커다란 마크가 부착된 가방을 들고 다니곤 했는데. 그때는 어찌나 그게 부럽던지. "나 나이키 가방 있다~" 자랑하는 듯한 엄청난 로고가방과 국가별로 나라자랑을 하는 허세 가득한 트랙탑. 돈 십만원나 쳐발라서 왜 샀을꼬...

하는 생각이 지금도 든다. 페루, 신호주, 듣도 보지도 못한 엘살바도르 그저 번들번들한 반짝거리는게 좋았지 뭐. 허나 우리 어머니 아버지도 그랬다니, 역시 유행은 돌고 돌고... 그 돌고 도는 유행속에 우리가 갖혀 있다는 생각을 하니 참 기분이 좋지만은 않다. 그나마 요즘 같은 사회는 그런 세뇌가 먹히지 않아 참 괜찮은 사회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부산에 한 나이키 신발공장에 있었던 이야기다. 조선에 나이키 신발을 만드는 공장이 있었다. 추측하건데 인건비가 싸서 그러지 않았나 싶었다. 잘팔렸다. 영화 써니를 보면 우리 어머니 아버지들이 나이키 가방 메는 것만 봐도, 그걸 쭉 거슬러 지금까지 팔렸다하면 대충 눈짐작은 나온다. 그러다 인도네시아, 동남아로 나이키 회사가 공장을 옮기게 되고 남은 운동화 공장은 새로운 아이템을 만든다.

 그것이 바로 르까프... 이쁘게 만들었다. 새로운 시도이니 노력을 다해 쫄깃쫄깃하게 만들었다. 잘 만들었다. 하지만 그들의 가장 큰 실수, 그들이 만든 건 아디다스가 아니었다 나이키도 아니었다. 그저 조선인 눈에는 그저 조선인이 만든 새로운 운동화에 지나지 않았다. 혹은 조선인이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이것이 바로 조선산 신발보다 인도네시아산 신발에 열광하게 되는 근원이다.

 받쳐주는 브랜드가 없으면 말아먹는 사회는 요즘도 계속된다. 책정된 가격에 무시당한 재화는 가격이 깎여 판매자들에게 모습을 드러낸다. 내 입장에서는 참 좋다. 싸니까ㅋㅋㅋㅋㅋㅋ 내가 산 신발에 나이키 마크만 박으면 딱 루나인데 폴로버버리 힐스 마크가 있어 7만원 이상이 덜어졌다. 저번 인도네시아산 신발은 밑창 바닥 다 헤지고 벗겨져서 밑바닥 부분이 거의 다 보일 정도로 5년이나 신었는데. 이번에는 조선산이니까 7년 신으려나.

 상당히 내가 구두쇠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허세 가득하게 적당한 된장을 발라 꾸밀줄도 안다. 닭뼈로 육수를 만들어 살린 파스타에 포크를 찍어 돌려먹을 줄도 알고, 되지도 않는 에스프레소로 장난쳐놓은 아메리카노 카푸치노 마끼아또에 빨때로 쪽 빨면서 허세 가득하게 잡지책도 볼 줄안다. 눈가리면 이게 고급와인인지 칠레산 와인인지 줄세워 놓으면 별것 없는 것들에 그윽한 표정으로 가득하게 향기를 맡으며, 아니 허세를 맡으며 찔끔찔끔 머금으면서 목구멍에 넘길수 있다. 하지만, 돈을 직접 벌어보고 가격표를 보니 머리에 드는 생각은 이뿐이다.

 솔직히 지금 잘 보일 사람도 없다. 깔끔하게만 보이면 되고 충분히 아낄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요즘 십대 버러지 친구들이 좀 메이커에 대한 반응이 좀 과해진 것 같아, 일일이 찾아가서 정신차리라고 뺨싸대기를 날려주고 싶은 마음만 굴뚝 같을뿐... "주제 파악하자, 프랑스 고급요리를 위해 팅팅부은 간과 노스패딩을 위해 털들을 빼았기는 거위만도 못하는 이 등골브레이크들아 부모는 공납하는 인간이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새끼는 이제 죽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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