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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츈
2012년 6월 3일 일요일

 주말에 일기를 쓰는 건 꽤 오랜만인 것 같다. 저번주와 비슷한 주말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가슴이 무거워진 주말을 보내고 있다.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노량진 취업을 준비하는 고시생들, 번듯한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25살 부터 서른이 훌쩍 넘은 사람들이 즐비한 속세와 단절된 그곳에서 젊음을 보내고 있다. 공무원이라는 직장을 얻기 위해 그렇게 일년 내내 그 고생을 하고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남일 같지만은 않다.

 요즘 아이들의 장래희망 속에는 공무원이 제법 많이 나온다고 한다. 우리 때는 과학자가 제일 많았는데, 불안한 경제가 우리에게 이런 결과를 주지 않았나 하는 아는 것 없는 젊은이가 용기있는 추측을 해본다. 장래 희망이 공무원이라 하면, 아이들은 노량진에 있는 사람들의 고생을 더 받으면 더 받았지 덜 받지는 않으리라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 여간 씁슬한 상황이 아닐 수가 없다.

 한번 휘몰아친 트라우마가 내 정신을 뺐어버려 공부에 손을 잠시 놨었다. 결국 많은 생각과 많은 고려 사항을 갖고 더 많은 생각과 마음 가짐으로 컴퓨터 앞에 앉았지만 막상 아무것도 잡히는 것이 없어 '동기부여라도 다시 하고 일어나자' 하는 생각에 튼 다큐멘터리, 그 상황은 생각만큼이나 참혹 했다. 30살이 넘은 경찰 공무원 고시생, 다큐멘터리 촬영해를 기준으로 그 전해에 탈락의 고배를 마신 눈물의 고시생 등등 앞으로 힘이 들때 계속 봐야겠다.

 아침에는 삼각김밥, 점심에는 삼천원짜리 저렴하지만 서서 먹는 밥 그 와중에도 그들의 머릿속엔 공부밖에 없을 것이다. 나보다도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어떻게든 해보려 발버둥을 치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참 좋은 부모 만나 이렇게 호강하는 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말 동무 하나 없는 그 척박한 사회에서 홀로 공부를 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지금 당장 연락하면 받아주는 친구들이 있어 너무나도 행복하다. 어쩌면 정말 사랑이란 것이 인간이 향유할 수 있는 감정의 사치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물론, 전부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자기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한발 한발 나아간다. '행복은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 달렸던 시간이라며 자기를 다독이는,,, 괜찮다며 속으로 반복하며 묵묵히 걸어가는 고시생, 먼 훗날 자신을 바라 보았을 때, '내 인생의 최고의 날이었어, 그렇게 치열하게 살았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라며 자신을 평가 할 수있는 그날을 위해 노력한다는 그...

 하루를 정리하며 많은 생각이 이르는 일요일 저녁, 이 것은 단순히 먹고 살일에만 해당 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나에게 닥친 위기, 그리고 아픔들은 지금 당장 빨리 치유하고 싶지만, 지금 당장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리고 나보다도 악조건 속에 놓인 사람들이 어떻게든 들고 일어나려 하는 그 모습들이 보이기 때문에 마음을 다잡아 본다.

 어쩌면 나도 그들의 길을 따라 똑같은 위치에 놓일 지도 모른다. 같은 공무원이든 보통의 회사원이든, 잃어버린 10년, 시한부 판정을 받은 것 과도 같은 조선의 경제에서 내 취업의 길은 아직 모른다. 

 하지만, 마음 가짐은 고시생의 마음으로 인생을 살아가려고 한다. 세상살이 쉽지 않다는 것, 아직은 크게 와닿지도 않고 충분히 모를 나이다. 하지만, 우리네 가족을 위해 열심히 뛰어 다니는 아버지, 어머니를 보고 있자면 가슴이 미어진다. 

 그들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있을까 하는 생각을 깊고 깊게 해보아도, 당장의 푼돈을 얹어 드리는 것 보다는 당당하게 공부를 하는 것이 더 현명한 판단이라고 든다. 기껏해야 퇴근하고 집을 청소하는 정도.

밤 11시가 되어야 만나는 우리 가족들, 그래도 한명 한명 밝은 모습으로 집에 돌아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잠이 들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조금은 없이 사는 것이 행복한 것'어머니의 말이 떠오른다. 건강이 많이 안 좋아지셨는데, 건강은 제대로 챙기면서 일을 하셨으면 하는데 사랑하는 우리 어머니 난 언제 엄마에게 자랑스런 아들이 될 수 있을까? 

 노량진 그 숨막히는 경쟁속에 치열하게 공부하는 고시생들이 꼭 원하는 곳에 들어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이번 기회에 또 다른 터닝포인트로 하루하루를 살아가야겠다. 내일은 어른들에게 안부전화도 좀 드리고 말이다.

 레옹도 봤다... 재밌다고 하는데 난 좀 별로 였다. 왜 그랬을까, 이유는 모르겠다. 아 그저 그렇네,,,하는 정도?

 야구도 봤다. 이제는 좀 그만 볼까도 생각중이다. 해야할 공부들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이제 슬슬 다시 내 본 모습으로 돌아가야지, 내일은 일도 빠릿빠릿하게 끝을 내고 내 자리도 한번 쓸고 닦고 실장님께 당당하게 30분 정도 일찍 치과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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