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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츈
2012년 6월 11일 월요일

 가볍지만 후덥지근하던 퇴근길, 집앞에 열린 시장 현수막이 내 눈을 유혹했다. 떢볶이, 저번주에 떡볶이가 먹고 싶다는 동생의 말이 솔깃했다. 근데 아마 내가 더 먹고 싶었던 것 같다. 대충 튀김이랑 해서 집에 놓고 방을 쓸고 아침에 남은 설겆이를 하고 아침에 엄마가 만들어 놓은 국을 끌였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열의를 갖고 청소하는 날에는 그렇게 기쁠 수 가 없다. 마치 미래의 내 모습을 생각해서 그런가, 나만의 집이 생기는 그날을 상상하면서 청소를 한다고 해야하나, 월세든 전세든 분명 내가 당당하게 사회인이 되는 뭐 그런날,,,

 점점 시야를 나한테만 맞추는 순간에 깜짝 깜짝 놀라기도 한다. 점점 더 익숙해지고 있는 것 같다. '애 낳으면 키워주마!'하던 엄마의 말, 아들이 결혼해서 애를 낳지 않을 것 같은 노파심에 가끔 하는 말, 그러면 되받아치지 '결혼이나 할랑가 모르겠다' ㅋㅋ 뭐든지 기대를 최대한 바닥에 깔아 놓는게 속편하다.

하지만 이젠 혼자가 편해지는 내 모습을 보고 깜짝 깜짝 놀란다.

 동생이랑 밥을 먹고 뻗어 버렸다. 나를 감싼 포만감이 너무나도 좋았던 것 같다. 덕분에 속은 부륵부륵 자고 일어나 설거지와 음식물 쓰레기를 정리했다. 예전 같으면 건들지도 않았던 허드렛일도 이젠 내가 당연히 해야할 일 처럼 굳어졌다. 맞벌이 부부의 아들은 생각보다 할 줄 아는 것이 많다. 밥하면서 빨래도 할 수 있고 티비를 틀어놓고 설거지도 가능하다. 그리고 가족이 집을 어지르려는 순간, 그 순간을 포착해서 잔소리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 엄마를 잔소리하다니,,,

 가끔 생각한다. 조선이 2020년 경제의 최고 정점을 찍고 급격하게 망으로 가는 역사가 펼쳐질 것이라는 말을 가끔 줏어듣곤 한다. 내가 뭘 해먹고 살지에 대한 끝없는 생각이 필요하다. 막판에 가면 역시 안정적인 직업이 좋으려나, 조선을 떠나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고, 내리 좀먹듯이 깎이는 연금이 눈에 거슬리지만 철밥통을 쥐는 것도 나쁜 생각은 아닌 것 같다. 썩 행복한 소리는 아닌 것 같다. 난 이걸 잘하니까, 이렇게 하겠어!가 아니라, 조선은 이렇게 돌아가니까 이렇게 먹고살겠어! 윤여정 여사의 말이 떠오르네, '배우가 가장 연기가 잘 될때는 돈이 부족할 때다' 요즘, 초등학생 장래희망은 공무원이 반이상을 지배하기도 하고... 분명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겠거니 한다.

 그냥 같은 곳에서 수술을 받으려고 한다. 좀 더 멀리보기로 했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요즘 꽤나 하는 수술이기도 하고 면접을 위해서 수술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 고 있다. 조금더 느긋하게 바라보기로 했다. 문제는 것잡을 수 없는 수술비, 동생 등록금만 해도 등골이 휠 텐데, 음... 모으고 있던 돈을 다 드려야겠다. 판교집도 전세값을 올려 받는 것도 내년에 받을 테고, 어쩌면 다음 학기 등록금이 급할 것 같은 예감이 들기 때문이다. 많이는 못주고 한 반액정도,,, 나머지돈은 내년 내 등록금에 보태라고 드려야겠다.

 11시에 자야지,,, 내일 할일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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