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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츈
동주


사실 그렇게 시인 윤동주는 죽어서 시가 출판되었지, 그 시대에는 유명한 시인이
아니었다. 고등학교 수업때도 그다지 임팩트있는 느낌 또한 아니었다. 국어 교사가 윤동주가 참 잘생겼다. 생리 식염수 생체실험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잠깐 '오 그렇구나'하는 정도였지 내 가슴속에 이렇게 깊이 파고든 것은 그다지 오래된 일이 아니다. 사실 시라는 것을 오래전부터 증오했었다. 어쩌면 시를 통해 줄을 세우는 우리나라 교육을 증오했는지도 모른다. 일단 우리나라는 썩었다고 단정짓고 시작하는 되게 깨어있는 생각을 한다고 여기는 사람들 같은 발언일지는 모르겠지만, 시가 줄세우기의 수단이 되는 꼴과 그 줄에 서있는 내 꼴이 상당히 우스웠던 것 같다. 아이러니 하게도 애미 창렬같은 내 언어영역 성적때문에 줄을 뒤에 서게 되었고, 그 줄을 뒤에 서게되었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나마 취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건 참 세상사 아이러니 하지만서도... 사람일이란게 참 말로 역설의 끝인 것 같다.
12월 중순경 취업이 확정되고 딱 2주동안 끼뻤다. 그 기쁜 와중에 가슴한켠에 공허하고 우울한 기분이 드는걸 차마 나는 부정할 수 없었다. 어쩌면 이 쓸쓸함은 내가 아직 젊고 혈기왕성한 젊은이라는 것을 대변해주는 그것이라 할 수 도 있을 것 같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야할까." 이런 개똥철학이지만 내 나름대로의 인생의 길에 대해 자문하고 또 자답하는 일이 많아졌다. 내 속의 아노미현상이라고 할까, 그러던 중 여러 교육을 통해 그 가닥을 잡았고 그 가닥을 잡은 것 중에 내 마음속에는 문학이란 것이 자리잡았다.
출근길에 미친듯이 책을 읽어댔다. 정말 난생 처음으로 활자중독이라는 정신병을 알아봤다. 겪어보니 이건 책을 읽고싶어 미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고 있는 내 자신이 마음이 편한 상태였다.
28세에 타계하신 윤동주 선생, 난 여지껏 살면서 무슨 일을 했나 돌아보며 반성하게된다. 그리고 부끄럽지 않은 역사를 살아야겠다고 곱씹고 또 곱씹는다.
윤동주선생의 '시중에 화원에 꽃이 핀다'는 시가 있다. 요즘 이 시를 읽는다. 어쩌면 공부에 지친 대학생들에게 보여주면 좋은 시 같다. 화원에 꽃이 핀다. 우리나라에 있는 4계절이 당장 어느때인가가 중요한 것 보다. 적절하게 어우려져있고, 서리가 왔을때 겨울을 생각하기 보다는 더 멀리에 있는 봄을 생각하자는 그의 말속에 과거 대략 100전이된 그의 삶과 그의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현재 나의 계절은 꽃샘추의가 지난 마지막 겨울같다. 조금만 기다리면 봄을 맞이할 수 있는 그 시간. 어쩌면 지금의 삶에 대한 노력이, 앞으로의 삶의 지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적당히 가까우면서 적당히 티를 내는 하지만 그 안에서도 내것을 알뜰살뜰하게 챙기는 삶. 지금 내가 해야할 일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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