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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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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마지막 날이다.

나이가 들수록 해가 가고 오고, 계절의 변화에도 별다른 감흥이 없어진다.

오늘도 여태껏 수많이 지내온 하루 중 하나일뿐.

묵은 해의 마지막 날이 아쉽게 저물면 새해가 되어도 해는 당연히 뜨는거다.

 

전날부터 새벽까지 밤 잠도 자지 않은 채 교통혼잡에, 인파에, 추위에 벌벌 떨며 일부러 동해로 해맞이를 간다는 건 내게 있어 '진부한 행사'다.

다른 사람이 보면 "뭐 그래, 낭만도 없고."할 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어쩔땐 그 말이 맞는거 같기도 하다.

 

그래서 일부러 미간에 주름을 잡고 심각하게 '해가 가고 오는데도 별다른 감흥이 없다니 이건 정말 심각한 감성 결핍이 아닌가' 생각할 때도 있지만 곧 '다른 사람이 들뜬다고 나까지 그러란 법은 없으니까.'로 자기 합리화를 해버린다.

 

이 말을 들으면 분명 누군가는 "에이, 그래도 그게 아니죠. 다사다난했던 1년을 돌아보고 새로운 1년의 계획을 세워 희망차게 출발하자는 의미인데....."

그러면 나는 분명 그 말도 맞다고 해 줄것이다.

 

그러나 나에겐 무심히 지나가는 해와 오는 해의 차이는 없어 보인다.

하루 하루가 모여 일년이 되고 일년들이 모여 개인의 역사를 만드는 것.

오늘 하루 일기를 쓰며 명상하는 일은 묵은 해의 끝자락에서 일년을 돌아보고 후년을 기다리는 것과 같은 일이니까.

 

그러므로 내게 있어 한 해의 시작은 하루의 시작과 같다.

 

삶은 양이 아니라 질이다.

한 때는 지금 건강하고 부요해 행복하다면 진나라의 시황제처럼 불멸의 삶을 바라게 될까 생각한 적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리석은 인간에겐 허락되지 않을 일일 게 분명하다.

 

내가 의미없이 흘려보낼 '오늘'이 영원토록 계속되는 걸 선택하기 보다 하늘이 허락하는 한 한정된 수명임을 인지하고 푯대를 향해 달려가는 '오늘'을 선택하는게 훨씬 낫지 않으려나. 

 

모르겠다.....

분명 지금은 뭔가를 바쁘게 하면서 하루를 보내는 시기가 아니라 진득하고 천천히 내 인생을 생각하고 있다.

정작 지학의 나이에는 방황하기 바빴고 방년에는 죽어라 일만하다 병에 걸린 적도 있었으며 이립에는 정신도 못차릴 만큼 큰 일을 겪었다.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제 다시 인생의 계획을 재정비한다는 느낌이다.

사실 이 상태로 죽을 때까지 아무것도 이뤄 놓은 것 없이 간다해도 할 말은 없다.

열심히 살아도 그 정도뿐인 데 뭘 더 어떡하겠나.

 

그저 오늘 하루를 충실히 살아낼 수 밖에 별다른 도리는 없다.

하루 24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히도  조용하게 또는 시끄럽게 흘러간다.

 

뭘 생각하면서 살아야 할까.

나한테 가장 중요한 일은 뭘까.

만년아가씨
2011-12-31 15:09:14

비밀 댓글.
비버
2012-01-01 22:52:39

캬~~역시 통찰력있는 지혜
만년아가씨
2012-01-01 23:05:09

비밀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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