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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아가씨
...
오늘 뭐했더라...

메모하지 않으면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나이가 되었다.

그래서 일기쓰기가 더 중요해지는 요즘이다.

 

내 생각엔 뭔가를 하면서 다른 생각에 빠져있다보니 가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곧잘 하게 되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실컷 껍질을 분리해 놓은 과일을 쓰레기통에 넣고 남은 껍질을 입에 넣는다거나 불 위에 뭔가를 올려놓고 그대로 잊어버린다거나 어떤일을 하던 중에 내가 왜 이일을 하고 있지 하고 반문하게 되는 일 등이다.

 

간단히 요약하면 그건 '바보짓'이지만 스스로의 머리를 쥐어박는 건 약 5초정도, 그 이후 한 30분 동안은 '예전엔 안 그랬는데 나도 늙어가나, 아 싫은데.....'의 생각이 들다 그마저 어느 순간 잊어버린다.

 

그리곤 또 비슷한 실수를 하게되면 '나 븅신인가...이게 병이라면 낫는 약이 있으려나.'그런 상황의 연속이다.

 

죽어가는 뇌세포, 줄어드는 머리카락 수, 늘어가는 잔주름,멀쩡했던 다리가 비만 오면 쑤신다던 어르신들의 말이 이제야 심하게 공감되는 것.

 

그래, 이게 노화다.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뭉크의 '절규'안의 모델이 꼭 나인것만 같았다.

커다란 소용돌이가 머릿속을 휘젓고 가슴 속엔 한 겨울의 칼바람이 들이쳤다.

 

줄곧 할머니가 된 내 모습이 상상이 되지 않았었다.

답답한 엄마의 모습을 닮아가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세월은 누구도 비껴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늙어가면서 이해하게 된다.

 

아아, 너무 우울했나.

 

객관적으론 아직 괜찮은 나이일지도 모른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긴 개뿔.

 

날아갈 것 같은 젊은 육체야말로 정신마저 후레쉬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것이다.

건강한 육신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했었지.

 뭐, 원래의 뜻과 달리 조금 핵심을 비껴갔을지도....

 

어쨌거나 저쨌거나 '그래도 아직 희망은 있어. 열심히 살아야지 무슨 소리야.' 의 자아가 이기고 있는 중이지만 가끔 나도 모르게 '되는대로 살아 머저리.'라고 음울하게 중얼거리는 다크 자아의 존재를 느끼기도 한다.

 

한가지 확실한 게 있다면,

그건 스스로를 끊임없이 거울에 비춰봐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언제나 강하지않고 언제나 약하지도 않다.

 

스스로에게 최적인 페이스를 찾아내기 위해 항상 자기를 점검하는 것은 만족하는 인생을 사는 첫걸음인거 같다.

 

모자란 것 같은 자신의 부분은 채워넣고, 넘치는 자신의 부분은 좀 떼어내버리고....

 

나이가 들면서 지식은 잃어도 지혜가 생긴다는 건 그런 의미인 것 같다.

 

나는....지금의 내가.....좋....은가? 좋.....을까,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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