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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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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사다.

1년이 지나고 2년째 접어드는 봄에 이사를 가야할 날을 맞았다.

 

고대하던 날이었지만 웬일인지 썩 기쁘다거나 개운하지가 않다.

 

그동안 여기에 정이라도 들었던지 아쉽기까지 하다.

 

도심 속에 있으면서도 전원 생활을 즐길 수 있었던 게 가장 큰 장점이었고, 귀찮은 사람들이 찾아오지도, 크게 떠들어도 누가 뭐라 할 사람이 없다는 게 일말의 해방감과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장점만 있는 건 아니었다.

격리되어 있어서 쓰레기 버리기도 힘들었고, 인터넷 전용선은 들어오지 않아 임시변통으로 쓴 와이파이는 동영상 하나도 제대로 재생해 내지 못하는 환경이었다.

 

기름 보일러라 겨울엔 샤워도 불편했고 한여름 장마철엔 온 집안 구석구석의 곰팡이 때문에 애를 먹었다.

 

그러나 볕이 좋을때는 큰 이불이나 옷들이 기가막히게 잘 말랐다.

 

널따란 마당에는 강아지들이 마음껏 뛰어놀고 발길 닿는 곳마다 들꽃들이나 봄나물들이 가득했다.

 

옛날 , 나라에 큰 죄를 지은 죄인들이 유배생활을 할 때 심정처럼 징징대고 투덜대며 여기 온 지 엊그제 같은데 떠날 생각을 하니 이곳이 가진 장점이 마음속에 미련을 만들어 댄다.

 

참 간사한 사람의 마음인지고.

 

언젠가 여유가 된다면 전원주택에서 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자연과 가까워지길 바라고 또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했던가.

 

조금의 불편함이 큰 만족으로 탈바꿈될 때까지 나는 또 얼마나 기다려야 하려나.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이사갈 집을 알아봐야 한다.

 

갑갑한 성냥갑 속으로 다시 들어가야 한다는 게 답답하지만 지금의 마음처럼 내게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을거라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한다.

 

그동안 잘 쉬었다, 나의 공간.

다음 사람에게도 편안한 휴식처가 되어주렴.

화츈
2012-04-24 10:57:33

이사 잘하세요^^
만년아가씨
2012-04-24 11:35:57

오케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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