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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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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인물이 잘나도 비호감은 있다.

며칠째 계속되는 두통이 오늘은 좀 나아졌다.

역시 뇌 속에 문제라기보다 체질의 문제에 조금의 감기 몸살이 겹친 것 뿐일지도 모르겠다.

병원에 가서 검사는 해 보겠지만 대단한 건 아니었음 싶다.

해마다 겨울에서 봄으로, 봄에서 여름으로 바뀌는 환절기에 꼭 감기 몸살 한 번은 했던 것 같다.

내 경우, 인체 방어력과 면역력이 가장 취약한 계절인 셈이다.

 

오늘은 드디어 이사 갈 집을 계약했다.

일주일 넘게 집 보러 돌아다녔더니 각종 통증과 몸살이 또 한 일주일 가량 지속되던 터라 더이상 보고 싶어도 집을 고를 수 없었다.

 

에이, 살면서 맘에 안들어도 대충 살지 뭐 하는 심정으로

부동산에 가서 계약 상대방을 만났는데 새파란 총각이다.

 

부동산 아줌마들은 난리가 났다.

준수한 외모에 늘씬한 키, 흰 셔츠와 검은색 바지 차림의

비즈니스 룩 꽃돌이라고....

 

그런데 이 총각, 사람이 말을해도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표정의 변화 하나 없는 냉랭한 얼굴에 답변하는 목소리에도 역시 온기가 없다.

 

어차피 더 볼 일 없는 사람이라 당시엔 그다지 관심도 가지 않아

시큰둥했는데 막상 계약을 마치고 집에 오는 동안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더라.

 

저런 걸 요새말로 차도남이라 하던가, 쿨 가이라 하던가.

그게 맞다면 실제로 접해 본 차도남 쿨 가이는 분명 내 타입이 아닌 것 같다.

 

오오,가까이 갈수록 머릿속에 경련이 이는,

마치 자석의 같은 극끼리 강렬히 밀어내는 이 느낌은 필시....

비.호.감.

 

아줌마들이 잡아먹을까 겁을 먹었던 걸까.

누가 연애하자고 꼬시기라도 할 것 같았을까.

 

그 사람에게 특별히 뭔가를 기대한 건 전혀 아니었으니 어느쪽이든 상관없지만

사람의 맘에 훈훈하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매력은 분명히 저런 게 아니다.

 

뭐, 하긴.....한 시간도 안 걸리는 계약 자리에 굳이 꾸며낸 배려와 미소를 지을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아마도 그 모습은 그 총각의 가장 자연스런 평상시 모습이겠지.

 

내가 왜 기분이 나빴던 건지 더듬어보니, 남자와 여자를 떠나 사람 대 사람으로 존중받지

못하고 꿔다놓은 보릿자루 취급을 받는다고 느껴서 인지도 모르겠다.

 

앞자리에 뻔히 앉아 있는 날 보고서도 계약자는 아직 안 온거냐 하더니 끝날때까지

난 없는 사람 취급을 하는거 같더라.

 

하하하.

그냥 웃어 넘겼다.

지금도 일기쓰고 그냥 기분 나쁜 건 잊으려 한다.

 

그 사람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었을지도 모르고(이렇게 생각하는 쪽이 편하다.)

나와는 별 상관 없는 사람이고 앞으로도 그럴테니까.

 

아무튼 난 초콜릿 복근의 총각들보다 귀여운 총각들이 좋다는 거다.

이상한 결론이군.

 

 

 

푸른지성
2012-05-04 00:33:37

음.. 제가 아무래도 비호감인것 같네요... 2년반째 여친이 없는걸 보면....
만년아가씨
2012-05-04 08:01:13

여친이 있어보여서가 아닐까요?조금만 덜 이쁘게 해 다니면 혹시라도...ㅋㅋ
너무 댄디한 남자나 너무 아름다운 여자는 남들이 다 임자 있는줄 알잖아요. ㅎㅎ
푸른지성
2012-05-04 17:58:19

애인구함 이라고 등뒤에 써붙이고 다닐까요...............
만년아가씨
2012-05-05 08:34:52

굿 아이디어 ㅋㅋ. 아예 예쁜 그림이랑 프린트된 티셔츠로 입고 다니면
'아, 원래 저런 티셔츠인가보다'하고 덜 민망할거에요. 참 쉽죠잉?ㅎㅎㅎ
푸른지성
2012-05-05 21:46:24

ㅋㅋㅋㅋㅋ 애인구함티셔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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