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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아가씨
...
조용한 일요일

 

 

 

엊그제 ㅁㅈ 언니가 집에 다녀갔다.

시원하고 단 수박 한 덩이와 빵을 먹으면서 그녀는 늘 그렇듯 쉴 새 없이 조잘댔다.

지금 현재 결코 좋은 형편이 아님에도 그녀는 큰 목소리로 자지러지게 웃는다.

나는 그 모습이 좋다.

활기가 넘친달까, 보고 있는 사람마저 기분좋게 만드는 청량감....

 

"니네 신랑이랑 나랑 잘 맞고 넌 울 신랑이랑 잘 맞네. 너 울 신랑이랑 살어."

그러고는 또 까르르 웃어댄다.

이 아줌마의 어이 없는 농담은 나조차 실소를 하게 만든다.

 

"야, 울 집보다 넓다. 나 짐 싸 갖구 와서 여기서 살까?"

"그러셔."

나는 또 쿨하게 장단을 맞춰준다.

 

집에 갈 때 마늘이랑 볶은 깨, 젓갈이랑 애들 먹일 모카롤을 손에 들려주니 감격한 표정으로 '꼭 친정에 온 것 같다' 고 한다.

그러고보니 언니는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엄마의 정을 잘 모른다고 했었다.

버스 정류장까지 바래다 주며 "아예 친정이라고 생각해."라고 말했는데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괜히 멋적네.

기쁘기도, 뿌듯하기도 한 게 도저히 언니가 아니라 친동생 보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필시 받는 것 보다 주는 게 좋다는 느낌은 이런 느낌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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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 료타로의 '신센구미 혈풍록'과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쿄 기담집'을 읽고 있다.

'칼에 지다'의 아사다 지로와는 달리 시점이 객관적이고 담담한 필체다.

참 재미없는 이야기를 참 재미있게 서술한달까.

저걸 다 읽으면 '타올라라 검'을, 그것마저 읽으면 '료마가 간다'를 읽을 생각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은 그 명성의 기(?)에 눌려 왠지 손이 가지 않았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기담'이라잖아.

별 망설임 없이 읽어내려가던 나는 약간 실망하고 말았다.

이건 단지 '괴담'이 아닌 '기담'이라나.

 

은근 '괴담'을 기대했던 나는 '이게 뭐야'할 수 밖에.

                     하지만 생활 속 우연이 겹치면서 '그런 희안한 일도 다 있구나.' 내지는

                      '뭔가 사람의 머리론 이해할 수 없고 설명할 수 없는 신비한 일은 있는 법이구나''                생각이 드는 일은 간혹 있다.

 

 

 

뭐니뭐니 해도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면 쉽게 몰입하게 된다.

특히 <어디에서든 그것이 발견될 것 같은 장소에서>에서,

캐릭터의 자세한 묘사 대신 '골퍼가 클럽을 신중하게 고르듯 뾰족한 연필을 골라낸다'거나 '그 여자의 뾰족한 하이힐 '같은 소품이나 태도 따위로 성격이나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건 인상깊었다.

 

게다가 '마치 막대기를 던져도 잡으러 가지 않는 개를 보는 듯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는 구절과 '어딘가 다른 장소에서 문인지, 우산인지,도넛인지,코끼리인지 모를 형태를 지닌 것을 찾아 헤매게 될 것이다. 어디든 간에 그것이 발견될 것 같은 장소에서.'

는 읽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무척 흥미있다.

 

역시 창의력 있는 작가의 표현이란 그런 것인지도.

막대기 던져도 잡으러 안가는 개를 보는 표정이란?

어딘가 현실이 아닌 별세계와 연결된 통로라는 표현대신 문인지, 우산인지, 도넛인지,코끼리인지 모를 형태를 지닌 것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거야말로 상상력의 한계를 주지 않는 작가의 배려다.

 

추리소설 작가론 드물게 온다 리쿠의 책을 읽으면서 참신한 표현력에 놀란 적 있는데 너무 유려하고 시적이라 아쉽게도 내 취향은 아니었다.

이건 로맨스 소설을 읽는 건지 추리 소설을 읽는건지....

쟝르조차 애매하다.

이게 추리 소설인지 환타지 소설인지 미스테리 소설인지....

하지만 바로 그 점이 매력적이란 생각은 든다.

 

에잇, 책이나 보자, 책....

 

 

 

 

 

HEART
2012-06-10 16:47:15

제겐 만년아가씨님의 글이 항상 신선해요:)
만년아가씨
2012-06-11 12:27:26

흐아닛! 정말요? 이런 감사할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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